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2일 검찰 소환조사에서도 “건설업자 윤중천씨는 모르는 사람”이라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김 전 차관을 추가 소환 조사할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해 이번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오후 김 전 차관을 불러 윤씨에게서 금품 등을 받았는지 윤씨가 주선한 여성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사흘 만의 재조사다. 김 전 차관은 첫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사를 6시간 만에 마무리했다. 김 전 차관은 “윤씨를 모른다”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질 신문도 필요가 없다” “강원도 원주 별장에 간 사실이 없다”는 식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다만 검찰은 앞서 여섯 차례 조사에서 윤씨가 내놓은 진술 및 관련자들의 진술, 계좌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1억8000만원 이상의 뇌물을 김 전 차관이 수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전 차관 범죄 사실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성관계 폭로를 무마시킨 것이다. 그는 2008년 중반 윤씨가 성범죄 피해 여성 이모씨에게 가게 보증금 명목으로 빌려준 1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했다. 당시 이씨가 윤씨에게 ‘1억원을 문제 삼으면 김 전 차관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윤씨가 향후 김 전 차관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이씨에게 받을 돈 1억원을 포기했다고 본다. 이씨가 경제적 이득을 본 점을 감안하면 김 전 차관에게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현금 등 금품을 직접 수수한 경우도 적지 않다. 김 전 차관은 윤씨로부터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명절 떡값’, 감정가 1000만원 상당의 그림 등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윤씨 이외에도 수년간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5000만원에 가까운 물적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윤씨의 부동산 사업이 잘 되면 집을 한 채 달라고 했다는 진술도 확보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이 챙긴 뇌물 액수는 1억원이 훌쩍 넘는다. 검찰이 우려했던 공소시효 문제도 해결된 셈이다. 1억원 이상의 뇌물수수죄에는 최대 1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검찰은 우선 뇌물 혐의를 바탕으로 김 전 차관을 구속한 뒤 성범죄 의혹도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검찰 입장에서는 불구속 수사를 더 이상 이어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동성 권중혁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