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모(35)씨는 최근 성범죄자 신상정보 우편고지를 받고 불안함에 떨었다. 딸이 걱정돼서다. 이씨는 그러나 “성범죄자 고지가 무서움을 주는 것 외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도 없다는데 왜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우편고지 제도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내놓은 ‘여성 범죄피해 예방 제도 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0월 29일부터 11월 9일까지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 71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관(273개)의 53.3%는 “우편고지를 받은 후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으나 이를 어떻게 활용하라는 건지에 대한 내용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감사원은 “우편고지에 성범죄 예방 및 대처요령이 없어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여가부는 성범죄자 신상정보 우편고지를 통해 ‘성범죄자 알림e’ 활용을 권하고 있다. 12일 현재 성범죄자 알림e는 3955명의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성범죄자 알림e 접속건수는 매년 감소 추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특정 사건이 발생한 때 접속건수가 급격히 늘었다가 다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성범죄자 알림e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유로 성범죄자 신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현행법은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구속된 가수 고영욱(43)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게재한 30대 2명이 2016년 1월 각각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12월 지인에게 성범죄자 알림e 화면을 캡처해 보낸 사람도 벌금 300만원을 내야 했다.
전 의원은 지난해 성범죄자 정보를 개인 간 공유하거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 내용의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가부와 법무부의 반대로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모든 범죄자의 동향이 고지되는 것도 아니다. 이 중 50여명은 주민등록 말소 내지 주소지 확인 불가, 행방불명 등의 사유로 우편고지가 이뤄지지 않는다. 고지 대상을 범죄자 거주지 내 아동·청소년 가정 및 관련 기관으로 한정하고 있어 정작 해당 지역에 살지 않는 피해 당사자는 고지받지 못한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소한 범죄자가 어디에 사는지 등의 정보를 피해자에게도 알려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