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 모양… 등대처럼… 노트르담 복원 파격 아이디어 쏟아져

입력 2019-05-12 18:49
화재로 훼손된 노트르담 대성당을 복원하는 방안을 두고 전 세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소실된 첨탑은 성당이 처음 지어진 12~13세기에서 한참 지난 19세기 중반에 새로 만든 구조물이다. 때문에 화재 이전과 똑같은 목재 첨탑을 다시 짓기보다는 21세기 감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안 중 상당수는 기존 목재 소재였던 첨탑과 지붕을 강화유리와 철골로 대체하는 형태다. 21세기의 건축 재료와 기술을 활용해 19세기의 목재 첨탑을 재해석하는 셈이다. 기괴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적지 않다. 다만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서는 첨탑을 원본 그대로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복원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프랑스의 친환경 디자이너 마티유 르아뇌르는 최근 자신의 첨탑 복원 구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불길이 타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탄소섬유 재질의 탑을 원래 첨탑 자리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탑 표면에는 금도금이 돼 있어 마치 노란 불꽃이 대성당 지붕을 휩쓰는 모습을 방불케 한다. 르아뇌르는 ‘영원한 불꽃(permanent flame)’이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르아뇌르의 구상은 인터넷에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됐다. “초현실적이다” “완벽한 복원안”이라는 긍정적인 댓글이 많았지만 “당황스럽다” “장난치지 마라” 등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르아뇌르는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은 내 구상도를 보고 신성모독이라고까지 했다”며 “불꽃은 강렬한 상징으로서 성경에 자주 등장한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건축가 미칼 코박은 조명탑으로 첨탑을 대체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밤에 조명탑을 켜면 가늘고 하얀 빛줄기를 하늘로 쏘아올리게 된다. 하늘과 닿으려는 인간의 소망을 건축으로 구현한 중세 고딕 양식을 현대 최첨단 기술로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코박은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 구상이 잃어버린 영혼을 위한 등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대성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쪽으로 사실상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화재 다음 날 대국민 연설에서 “현시대의 건축적 표현이 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복원 계획을 국제 공모를 통해 확정할 방침이다. 소실 전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굳이 밟을 필요가 없는 절차다.

하지만 프랑스 국민 과반은 대성당의 현대적 재건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르피가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55%는 “첨탑을 화재 이전의 원형 그대로 돌려놔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건립 직후 맹비난을 받았던 에펠탑, 조르주 퐁피두 센터,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가 지금은 파리의 랜드마크가 됐듯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노트르담 대성당 역시 파리의 새로운 명소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