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한의 식량 지원에 “공허한 말치레·생색내기”… 개성공단 재가동 등 압박

입력 2019-05-12 19:25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식량지원 의사에 미사일 발사로 대답한 북한이 12일 남측의 인도적 지원 움직임을 ‘공허한 말치레’ ‘생색내기’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이어 대북 식량지원에도 거부 목소리를 내면서 사실상 속도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주변환경에 얽매여 (남북 정상 간) 선언이행의 근본적 문제들을 뒷전에 밀어놓고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남북 관계의 새 역사를 써나가려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대한 우롱”이라며 남측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의사를 거칠게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계기로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화한 이후 북한이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매체는 “우리 겨레의 요구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마치 남북 관계의 큰 전진이나 이룩될 것처럼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기만이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도 했다. 남한 정부는 식량지원에 나설 것이 아니라 남북 경제협력의 본격적 추진과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한 대미 설득에나 매진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날 다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을 동원해선 개성공단을 적극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이 매체는 “개성공업지구 재가동 문제는 미국의 승인을 받을 문제가 아니다”면서 “남조선당국이 자체 정책 결단만 남은 개성공업지구 재가동을 미국과 보수패당의 눈치를 보면서 계속 늦추는 것은 남북 관계 개선에 모든 것을 복종시킬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당과 정부를 공식 대변하는 매체가 아닌 선전매체를 동원한 것은 나름의 수위조절을 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일단 인도적 지원은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식량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북한 매체의 비판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문 대통령이 국민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힌 만큼 식량지원 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민스러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 태도를 보면 우리의 식량지원을 받을지 안 받을지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