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황 대표와의 단독 회담 수용해야

입력 2019-05-13 04:0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방송 대담에서 제안한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회담 의제를 대북 식량지원 및 안보 문제로 국한하지 말고 국정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제안을 청와대가 받아들였지만 황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역제안하면서 꼬였다. 청와대는 단독 회담은 ‘여야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자’는 회담 제안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난색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 대통령이 황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결렬 가능성이 높아진 미·중 무역협상, 북의 잇단 미사일 시위, 최저임금·탄력근로제·선거제 및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입법, 추가경정예산 처리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국회는 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 지도부가 하루빨리 만나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대통령도 그런 의도에서 회담을 제안했을 테니 굳이 회담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황 대표와 단독회담을 하고 다른 당 대표들과도 만나 의견을 듣고 협조를 구할 건 구해야 한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와의 회담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는데 옳지 않다. 제1야당이 빠진 회담은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명분만 실어줄 뿐 국정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당이 회담의 조건을 자꾸 바꾸는 것도 문제지만 정국을 풀어갈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야당 대표들과 만나 국정을 협의하는 것보다 대통령에게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나.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에 인색했다. 취임 2년이 됐지만 야당 대표와의 회담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취임 초기인 2017년 7월과 9월 북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들을 만났고 지난해 3월 5당 대표와의 회담과 4월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의 단독회담을 가진 것이 전부다.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나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도 분기별로 개최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1월 첫 회의 이후 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난다고 당장 돌파구가 열리길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만나지 않으면 여야 대치가 더 길어지기 마련이다. 요즘 각 정당 원내 지도부가 새로 구성되는 중이다. 지난주 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체됐고 이번 주에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원내 사령탑 교체를 국회 정상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과의 회담을 통해 길을 열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