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가 진통을 겪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가 심각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와 연결할 산업이나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 실험’이라는 게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는 제조업 위기에서 불거진 지역경제 붕괴, 일자리 절벽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시작된 ‘상생형 일자리’다. 기업은 투자와 고용 유지, 노동자는 적정 임금, 정부·지방자치단체는 복지 지원을 약속하며 참여한다. 지난 1월 광주형 일자리 도입에 성공한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2, 3곳을 추가로 선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2일 “상생형 일자리 확산을 위해 지난달까지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개최했다. 아직 적합한 지역을 찾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상생형 일자리는 문재인정부의 중요 정책과제다. 올해 1분기 역성장 쇼크의 배경에는 제조업 위기가 깔려 있다. 제조업 경쟁력 하락은 고용 악화,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의 고임금·저성장이라는 ‘고질병’을 풀어줄 대안으로 상생형 일자리를 꼽는다.
광주광역시와 정부는 지난 1월 광주형 일자리 도입에 성공했다. 이어 상반기 안에 ‘○○형 일자리’를 추가로 2, 3개 선정키로 했다. 정치권에선 추가 후보군까지 거론된다. 한국GM이 공장을 폐쇄한 전북 군산도 후보지역 중 하나다. 전기차 생산 계획을 밝힌 MS그룹 컨소시엄이 군산공장 인수에 나서면서 ‘군산형 일자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경북 구미, 대구시도 상생형 일자리 유치에 적극적이다. 한국GM·두산중공업·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등의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있는 경남 창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특히 정치권에선 조선업의 상생형 일자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거통고(경남 거제시·통영시·고성군)’에 실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정부는 ‘파트너 기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생형 일자리를 추진한다고 주목을 받는 것 자체가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 같다”며 “기업 자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상생형 일자리를 무조건 도입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 실험이라는 점이 상생형 일자리 확산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생형 일자리는 독일의 ‘아우토(Auto) 5000’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아우토 5000’이 폭스바겐의 노사 주도로 이뤄진 것과 달리 광주형 일자리는 정부·지자체가 주도해 기업·노동계를 설득했다. 기업과 노동계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확산이 어려운 구조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틀을 만든 후 기업·노동계를 끌어들이다 보니 양쪽 모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 주도 아래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될 것인지를 두고 계속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전슬기 전성필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