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은 음주 범죄와 달라… 난폭하지만 치료 요하는 환자”

입력 2019-05-12 21:18
오동훈, 윤희우, 허규형, 김지용(왼쪽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녹음하는 모습. ‘뇌부자들’ 제공

“난폭하지만 환자입니다.”

정신질환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부족하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의 4인이 뭉쳤다. 연세대 의대에서 만난 김지용(36)·허규형(34)·오동훈(33)·윤희우(33)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된 ‘뇌부자들’이다. 이들은 무거울 것 같던 정신과 이야기를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내 유튜브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12일 들어봤다.

처음 방송을 제안했던 허규형 전문의는 “사회적 낙인이 심해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환자”라며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절친한 동기들은 그의 취지에 공감했고, 도움이 되고 싶다며 뜻을 모아 ‘뇌부자들’을 결성했다.

먼저 조울증 환자에게 피살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대한 애도를 전했다. 오동훈 전문의는 “고인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 애썼다”며 “환자를 사랑했던 그의 뜻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뇌부자들’에 따르면 임 교수 살인범과 최근 경남 진주에서 방화·살인사건을 저지른 안인득(42)은 공통점이 있다. 각각 조울증과 조현병을 앓았고 치료를 수년간 중단했다. 폭력성에 지친 가족과 사회는 이들을 방치했다. 현행법상 강제입원 요건이 까다로워 분쟁을 피하기 위해 경찰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허 전문의는 “이들은 말 그대로 정신질환 환자”라며 “문제의 핵심은 방치”라고 진단했다.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중증 정신질환자는 극심한 환청과 망상을 겪다 중범죄를 저질렀다. ‘중증 정신질환자=잠재적 범죄자’라는 꼬리표로 형성된 사회적 편견은 의심 증상을 보여도 병원을 찾지 않게 만들었고 설령 도움을 구했더라도 정신질환 확진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다.

김지용 전문의는 “치료를 잘 받은 정신질환자는 위험하지 않다”며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는 망상 속에서 자신을 방어하려고 범행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음주 범죄와는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희우 전문의는 “술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정신질환은 아니다. 후자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망상과 환청이 생기는 것”이라며 “난폭해 보일지라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치료할 수 있다”며 “그동안의 생각과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뇌부자들’은 치료 적기를 놓쳐 약물로 호전이 안 된다면 입원을 장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때 국가가 적극 도와야 한다고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일 ‘사법입원제’를 발표했다. 이 제도는 인신구속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지도록 한다.

오 전문의는 “모든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실검증력을 완전히 잃어버렸을 경우에 한해 강제 입원이 필요하다”며 “사법부 개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