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택시기사들, 거동 불편 지역 노인들 ‘하루 나들이’ 봉사

입력 2019-05-12 21:19

지난 10일 오전 8시 서울 성북구 정릉1동 주민센터에 노인들이 모여들었다. 주민센터 앞 우성아파트 주차장엔 택시 15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지역 노인들을 택시에 태우고 하루 나들이를 다녀오는 ‘택시는 사랑을 싣고’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1980년대 택시 차고지가 많았던 정릉에서 택시기사들이 시작한 봉사 활동으로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오전 9시가 되자 ‘1호차’ ‘2호차’ 등 숫자표시판을 붙인 택시 15대가 40명의 노인들을 나눠 태우고 경기도 파주 임진각으로 출발했다(사진). 출발에 앞서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유승희 국회의원 등이 나와 이들을 환송했다.

노인들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오두산 통일전망대에도 올랐다. 정릉1동 새마을협의회와 새마을부녀회,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이 자원봉사자로 동행해 노인들을 도왔다.

이날 택시 나들이에 동행한 85세 김모 할머니는 “딸이 강원도로 이사를 간 후 바깥 나들이는 처음”이라며 “몸이 불편해서 매일 집에서 그림만 그렸는데 이렇게 나와서 풍경을 보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따라왔다는 83세 이모 할아버지는 “우리 부부가 각각 위암과 뇌수술을 받아 이렇게 같이 나들이에 나온 것은 몇 년 만에 처음”이라며 “동네 이웃들과 함께 와서 더 즐겁다”고 얘기했다.

나들이를 마친 택시들은 오후 4시 주민센터 앞에 다시 노인들을 내려놓았다. 노인들은 기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노인들과 이날 하루를 함께 보낸 택시기사는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계속 해야죠. 1년에 하루만 시간을 내면 되는데”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