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복지부동 누구 책임인가

입력 2019-05-13 04:03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이 공무원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한탄했다. 두 사람은 한 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정부 관료가 말을 덜 듣는다”거나 “(문재인정부)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했다” “지금 버스파업 사태가 벌어진 것도…”라는 말도 했다. 여권 내부의 공무원들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역대 어느 정부도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은 적이 없다. 정권은 5년으로 유한하지만 공무원들은 수십년을 일하면서 이 정권 저 정권이 지나가는 것을 겪는다. 그럼에도 2년밖에 안 된 문재인정부에서 복지부동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누구 책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문재인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무엇보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으로 관료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정권이 끝난 후 다음 정권에서 혹시라도 문제를 삼을 만한 일을 결코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는 점을 상당수 공무원들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 등 국책 사업마저 나중에 문제가 되는 것을 목격한 이상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상부의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경우 녹음을 해놓거나 몇 월 며칠 몇 시에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를 깨알같이 메모를 해놓는다고 한다.

버스파업 문제만 해도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끼어들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이다. 개입했다가 나중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내내표가 공무원 군기 잡기에 나설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공무원들을 윽박지른다고 해서 군기가 잡혀지는 것은 아니다. 하는 척만 할 뿐이다. 공직사회 혁신은 딱 그 정부의 수준만큼 이뤄진다.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화합과 소통의 리더십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관료들이 녹음하고 메모하고 몸을 사리게 만든 것은 문재인정부다. 공무원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정권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