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KBS 특집 대담에서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반발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 기본원칙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하며 향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법률전문집단이자 수사기구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수사권 조정안도 그렇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도 그렇고 지금까지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말한 부분을 일반적 문제 제기로 봐야 하느냐, 항명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검찰 자체가 개혁 대상으로서 수사권 조정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셀프 개혁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보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그런 바람들이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이라는 것이 법안이 통과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검찰 의견도 수렴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검찰이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부분에 대해선 “(검찰이) 우려를 표현할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검찰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 신문조서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정부의 검경 수사권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부분이어서 검찰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촉매’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담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실무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총선 차출론’과 관련한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조 수석에게 정치를 권유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 여부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인사검증뿐 아니라 권력기관들에 대한 개혁 업무”라며 “법제화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의 당사자인 검찰은 문 대통령의 방송 대담을 예의주시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국정 운영 방향이나 어젠다가 제시될 수도 있는 대담이어서 주시했다”며 “(문 총장의) 기자간담회에도 참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