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한 기아 심각” 식량지원 계속 추진 의사

입력 2019-05-10 00:01
사진=청와대 제공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화한 정부가 9일 북한의 추가 도발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식량지원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2주년 기념 KBS 대담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한·미 간 합의한 것이 이번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이전인데, 이후 발사가 또다시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이나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식량지원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발표에 의하면 북한 식량난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하다. 북한 동포의 심각한 기아상태를 외면할 수 없고, 우리가 동포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식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식량지원에 적극 찬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북 식량지원 합의를 위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회동도 제안했다. 그는 “식량지원 문제나 남북 문제에 국한해 회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량지원 방식으로는 정부의 직접 지원 방식이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재고미(米)가 국내 수요를 훨씬 넘어서서 해마다 보관비용만 6000억원 정도 소요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쌀 재고는 130만t이다. 이 가운데 수입산 40만~50만t과 국내수급조절·복지 사용분 등을 빼면 30만t 정도가 운용 가능한 규모로 추정된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재차 감행함에 따라 식량지원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식량지원을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의 마중물로 쓰고자 했는데 북한이 지난 4일에 이어 다시 무기를 발사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아니라면 이후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대북 제재와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이번 발사체 발사가 식량지원에 영향이 있다거나 없다고 예단하긴 이르다”고 전했다.

식량지원 문제는 1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이 참여하는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