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전국 버스파업 초읽기

입력 2019-05-09 19:25 수정 2019-05-09 21:42
버스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가 실시된 9일 서울 양천구 양천공영차고지에 시내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전국 규모의 ‘버스 파업 대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버스 노동조합 등이 이틀간 실시한 투표에서 96.6%의 높은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파업은 15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부단체장을 소집해 요금 인상 등 갈등 조정 계획을 점검했지만, 노조와 정부 간 양측 입장차가 워낙 커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높다. 닷새가량의 교섭 기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시민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지난 8일과 9일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서 96.6%의 압도적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찬반투표에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충남, 전남, 창원, 청주,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15개 사업장 등 총 9개 지역 193개 사업장 3만5493명의 버스운전기사 중 총 3만232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찬성 3만1218명(96.6%), 반대 1만17명(3.1%), 무효 87명(0.2%), 기권 3171명(9.8%)으로 총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버스 노조는 7월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 감소하는 임금을 보전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노련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4일 최종 조정 회의 때까지 최선을 다해 교섭에 임하겠다”면서도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등 합리적 제도 개선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총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버스의 주요 이용객인 서민층의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경기도에는 시내버스 노선이 많고 광역버스를 대체할 교통수단이 없는 곳도 많아 시민들의 불편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비상수송대책본부 가동을 준비하는 한편 일선 시·군으로부터 수송 대책을 취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2시 전국 17개 시·도 부단체장을 불러 버스 파업에 대비한 적극적 대처를 주문했다. 경기도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교통수단의 막차시간을 연장하고 증편을 요청하는 한편 택시 부제를 해제할 방침이다. 다만 서울시와 경기도는 “파업을 기정사실로 생각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지역 버스 기사의 경우 노동시간이 주 47.5시간이기 때문에 파업 참여는 선언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노련 관계자는 “서울 버스 노조 조합원들도 ‘주5일 근무’가 정착되지 못한 것에 불만이 많기 때문에 파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사태는 주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1년 전에 예견됐는데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안규영 기자, 의정부=박재구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