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 이번엔 ‘소고기 할인 전쟁’ 불 붙었다

입력 2019-05-09 19:43

국내 대형마트들이 내수 침체와 온라인으로의 소비자 이탈 등으로 매출이 줄어들자 연일 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엔 소고기 한판 승부다. 최대 40% 할인된 가격의 소고기를 ‘미끼 상품’으로 앞세워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 발길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15일까지 자사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여, 확보한 한우를 할인 판매하는 ‘93한우’ 행사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이마트는 이 기간 한우 등심과 국거리, 불고기 등 행사상품을 최대 40% 저렴하게 판매한다. 총 40t 규모의 물량을 준비했다.

롯데마트는 미국산 프리미엄 소고기로 맞불을 놨다. 롯데마트도 15일까지 미국 농무부로부터 CAB(Certified Angus Beef) 인증을 받은 소고기 100t을 최대 3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사전에 물량을 비축한 탓에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업계가 소고기를 내걸고 또 한 번 할인 경쟁에 나선 까닭은 그 효과 때문이다. 품질은 좋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가 몰린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달 ‘극한한우’ 행사를 열고 1등급 한우를 부위별로 100g당 4000원대에 선보였는데,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판매되며 매출 55억원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고기 판매를 통해 이익이 발생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고객 발길을 매장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소비자가 소고기를 사면서 상추와 음료 등 다른 상품도 구매하는 탓에 매출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출혈 경쟁으로 인해 축산 도매업자들과 동네 정육점이 피해를 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형마트는 유통 단계와 마진 최소화 등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고기를 선보일 수 있는데, 대다수 축산 도매업자와 동네 정육점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마트는 유통 단계를 3단계로 구축했다. 공판장(도축장)에서 자사 ‘미트센터’로, 이후 각 점포로 전달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소고기 유통은 6~7단계를 거쳐 진행되는데 이를 절반으로 줄인 셈이다.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에서 20년째 소고기 도매업을 하는 김모(58)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1등급 한우를 부위별로 100g당 4000원대에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현재 1등급 한우 등심 도매가가 ㎏당 5만8000원에서 6만2000원”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이달 한우 지육 도매가(1㎏·1등급)는 1만7330원으로 평년 4월 도매가(1만5063원)보다 15%가량 높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