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공원 중앙부에 위치한 문화의 마당이 놀이동산으로 변신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온 어린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오렌지색 소방복을 입고 헬멧을 써보며 웃는다. 또 소화기로 물을 뿌리거나 완강기를 타고 내려오면서 고함을 질러댄다. 소화기나 완강기, 구조낭, 소방차 등은 신기한 놀이기구가 되고 소방관들은 진행요원으로 변신한다.
9일 시작된 서울소방재난본부 주최 ‘2019년 서울안전한마당’은 재난 대비 체험과 교육, 훈련이 어우러진 국내 최대 규모의 안전문화 축제다. 올해로 13번째 열리는데 해마다 10만명 정도가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좋다.
서울 망우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교사 황일주씨는 “3년째 학생들과 함께 참가하고 있다”면서 “재난과 안전에 대한 교육이 아이들에게 필요한데 이 정도로 종류가 많고 전문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행사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화재안전 17개, 교통안전 11개, 생활안전 18개 등 총 86개 안전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놀이기구를 타듯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참여도가 높다. 소방관들을 충분히 배치해 충실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서울시 산하 소방서와 특수구조단 등 27개 소방기관이 참여했다.
‘엉덩이 빵! 빵!’ 부스에서는 어린이들의 차량 갇힘 사고에 대한 대처법을 알려준다. 모형 자동차에 앉아있다가 좌석 안전벨트를 풀고 운전석으로 이동해 엉덩이로 클락션을 눌러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까지 체험해 본다.
안전벨트 체험장에서 만난 신내초등학교 2학년 김민서양은 어머니와 함께 왔다며 “평소에는 안전벨트를 잘 안 하는데 앞으로는 꼭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곳에서는 참가자들이 탄 차량을 360도 회전시키며 차가 뒤집어진 상황을 재연하면서 안전벨트 매기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승무원과 함께 하는 항공안전 체험교실’에서는 제주항공 승무원들이 나와 비행기 사고 시 착용하게 되는 구명조끼를 직접 입어보고 슬라이드를 이용해 탈출하는 체험을 하도록 도와준다.
‘아파트 화재 3m만 내려오면 산다’는 제목의 부스도 눈길을 끈다. 아파트에서 화재 발생 시 불이 크게 번지는 ‘플래시 오버’ 현상이 일어나기까지 약 5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시간에 로프와 매듭법을 이용해 한 층 아래로 내려오면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올해 행사에는 미세먼지 체험 프로그램이 새로 추가됐다. VR존에서 미세먼지가 몸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볼 수 있고, 마스크 사용법 등도 배울 수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어린이 교육용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동안전체험차량도 현장에 나왔다. 이 차량 안에는 ‘지진체험실’이 있어 지진의 진동 체험을 해보고 대피법을 배울 수 있다. 또 차량 지붕 위에서 구조낭을 타고 에어매트가 깔린 바닥으로 내려오는 체험도 해본다.
윤석민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안전한마당추진단장은 “아이들 위주의 체험·교육 행사이긴 하지만 올해부터는 전 연령층이 즐기는 축제가 되도록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님들에게도 유용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안전한마당은 11일까지 3일간 이어진다. 안전체험프로그램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