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6일 EU의회 선거 이전… 메이, 브렉시트 표결 또 추진

입력 2019-05-09 19:55

영국의 유럽의회 선거 참가가 확정된 가운데 테리사 메이(사진) 총리가 선거가 시작되는 오는 23일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하원의 네 번째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8일(현지시간) 메이 총리가 전날 집권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을 만나 이 같은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달 초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2015년 대비 1334석이나 잃는 참패를 당한 보수당에서는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메이 총리는 합의안의 의회 통과 이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3~26일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 2인자’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유감스럽게도 유럽의회 선거의 법적 기한 이전에 브렉시트 비준 절차를 끝내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선거 전에 유럽연합(EU)을 떠나려면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킨 후 최소 3주 동안 관련 법률 제정 및 개정 작업을 마쳐야 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의회 표결조차 불투명하다.

당초 지난 3월 29일 브렉시트를 목표로 했던 영국 정부는 의회에서 합의안이 계속 부결되자 오는 10월 31일로 연기하되 영국이 EU 탈퇴협정을 승인하는 대로 브렉시트를 허용하는 ‘탄력적 연기’를 EU와 합의했다. 따라서 영국은 아직 EU 회원국으로, 이번 선거에 참여할 의무가 생긴다. 만약 불참하면 영국은 6월 1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감당해야 한다.

영국 정부의 이런 방침에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다. 우선 선거 예산이 약 1억5000만 파운드(약 2291억원)에 달하고, 이번 선거가 또다시 영국을 극단적인 분열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영국에 배정된 유럽의회 의석은 73석이다. 보수당은 브렉시트 지연에 항의하는 뜻에서 선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참여하더라도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10% 초반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후보 70명을 확정했지만 아직 당 차원의 선거 공약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당내 이견 때문이다. 특히 제2 국민투표에 대한 입장이 당내에서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거대 양당이 브렉시트 문제로 헤매는 가운데 ‘반EU’ ‘노딜 브렉시트’를 주창하는 나이절 패라지의 신생 정당 브렉시트당은 지지율 30%로 영국 내 정당 중 1위를 차지했다. 메이 총리는 현재 초당적인 브렉시트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노동당과 협상 중이지만 의회 통과는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메이 총리가 승산이 없는 표결을 부쳤다며 퇴임 전 사실상의 ‘시간 벌기’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