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숨막히는 고래싸움에 숨죽인 지구촌

입력 2019-05-09 19: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직전까지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역시 섣불리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양국 기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전 세계는 각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협상 결과를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무기 삼아 무역협상에서 레버리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한 데 이어 사흘 뒤인 8일에도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는 관세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같은 날 플로리다주 유세에서는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깨뜨렸다고 공언하며 압박 수준을 최대치로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한다면 이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호조를 보이는 미국 경제가 이번 고율 관세 부과로 단숨에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수석연구원 스티븐 카크런은 관세 인상 방침을 가리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도를 바꿀 만한 사건)라며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가 25%로 인상되면 최악의 경우 미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9%에서 올해 1.8%로 깎일 수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 내 기업들이 심각한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플로리다주에서 IT기업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앞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자부품에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큰 빚을 져야 할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미·중이 서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0.6%, 중국 GDP는 최대 1.6%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WB)과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올해 글로벌 경기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미·중 무역협상을 꼽았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