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역전쟁 전운… 증시 ‘검은 목요일’

입력 2019-05-09 19:22 수정 2019-05-10 00:13
금융시장에 ‘검은 목요일’이 찾아왔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충돌’ 우려가 짙어지면서 아시아 주요 증시는 9일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3.04% 내리면서 1월 15일(2097.18)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1180원에 육박했다. 이날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서울 중구 본점의 딜링룸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권현구 기자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삼켰다. 코스피는 2100선으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0원 넘게 오르며 1180원 코앞까지 솟구쳤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추락했다. ‘G2(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시장은 불안에 잠식됐다.

코스피지수는 9일 전 거래일 대비 3.04%나 떨어진 2102.01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 15일(2097.18)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잡음이 생긴 뒤에도 꾸준히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투자자까지 공격적으로 매도에 나서면서 낙폭을 키웠다. 연초 이후 좋은 흐름을 보여왔던 SK하이닉스(-5.35%)와 삼성전자(-4.07%) 등 반도체 종목은 직격탄을 맞았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48%나 올랐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84% 하락한 724.22에 장을 마쳤다.


환율은 급등(원화가치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0.4원 오른 1179.8원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2017년 1월 16일(1182.1원) 이후 약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올해 1분기 역성장 쇼크로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오름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무역전쟁 ‘불똥’이 튀면서 잇따라 연고점을 깨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파랗게 질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0.9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8% 내려앉았다.

금융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충돌’을 우려한다.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고 이후 글로벌 증시는 불안한 흐름을 보여왔다. 다만 중국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낙폭이 커지진 않았다. 하지만 9~10일(현지시간)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의 반격 예고에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이번에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무역갈등이 ‘파국’까지 치닫지는 않지만, 당분간 협상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