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퇴진하면서 당내 분란의 불씨는 새 원내대표 선출 문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오는 15일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누가 원내사령탑이 되느냐에 따라 언제든 분란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당이 계파 쟁투로 보일 만큼 극심한 내홍을 겪은 상태에서 차기 원내대표는 추대 형식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당이 화합하고 새 출발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만장일치로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창당 이래 1년여간 줄곧 정체성 갈등에 시달렸기에 화합의 주자가 원내대표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이혜훈 의원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간 각 계파가) 서로 갈등이 있는 것처럼 국민들께 비쳐진 만큼 우리가 가능하면 의견을 모아 추대 형식을 밟으면 더 좋은 모양새가 될 것 같다. 최대한 노력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강행 과정에서 당권파와 반대파 간 갈등이 깊어진 데다, 애초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라는 두 정당이 합해져 출발한 정당이라는 당내 구도상 추대 선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현재 국민의당 출신 중에서는 김성식(왼쪽 사진) 의원이, 바른정당 출신 중에는 오신환(오른쪽)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던 이혜훈·권은희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 지도부에 맞서 힘을 모았던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원내대표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의원은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김 원내대표 끌어내리기에서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지만, 막상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도로 바른정당 대 국민의당 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도 차기 원내대표 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화당은 이날 의총을 열어 원내대표 합의 추대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광주·전남 의원들이 추대하기로 뜻을 모은 천정배 의원과 연임 의견이 나온 장병완 원내대표가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당은 오는 13일 다시 의총을 열기로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