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섀너핸(사진)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지난 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를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우리 국방부가 “미사일로 특정하기는 힘들다”고 밝힌 것과 달라 미사일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섀너핸 장관 대행은 북한의 발사 당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전화해 ‘북한이 지금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국방부가 북한 발사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섀너핸 대행은 상원 세출위원회의 내년도 국방예산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이란 핵 위기에 대한 질문에 답하다가 북한 발사체 내용을 언급했다. 섀너핸 대행은 “(미국시간으로 북한이 발사체를 쏜) 지난 3일 오후 이란과 관련해 아주 믿을 만한 정보와 징후들을 입수해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면서 “이후 달리기를 하던 도중 던퍼드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전화가 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수장이 북한 발사체를 ‘로켓과 미사일’로 규정한 것은 미 국방 당국의 공식 판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미 정부는 미사일로 판단하고 있었으나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단거리 발사체라는 우리 정부의 표현에 동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청문회에 나온 던퍼드 합참의장도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로 긴장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국과 소규모 연합훈련만으로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오늘밤 싸운다(fight tonight)’는 구호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도발에 대한 준비태세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미사일이라는 표현에 이의를 달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섀너핸 대행의 발언은 공식 분석 결과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섀너핸 대행의 발언은 지난 4일 북한이 발사체를 쐈을 당시 미 합참의장으로부터 보고를 그렇게 받았다는 것”이라며 “분석 결과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노 부대변인은 “지난 4일 북한이 불상(미확인) 발사체를 발사한 직후 (미 합참의장의) 초기 상황보고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한·미 정보 당국에선 (발사체) 관련 사항을 공동으로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탄종과 제원에 대한 분석은 시기적으로 좀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김경택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