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29일 첫 재판… 박병대·고영한 함께 진행

입력 2019-05-09 20:05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월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이 오는 29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구속된 지 125일, 기소된 지 107일이 되는 날이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재판도 이날 함께 진행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9일 5회 공판준비기일을 끝으로 공판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29일 첫 공판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공판기일은 정식 재판이어서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전직 사법부 수장과 대법관이 법대가 아닌 피고인석에 나란히 서는 모습이 연출될 전망이다.

재판에 앞서 지난 3월 보석 심문 기일에 직접 출석했던 양 전 대법원장은 두 달 만에 다시 법정에 선다. 당시 그는 “흡사 조물주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공소장을 만들었다”며 검찰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해 12월과 1월 구속영장이 각각 기각된 고·박 전 대법관은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첫 공판기일에서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고 이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 진술이 이뤄진다. 보석 심문 당시처럼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입을 열 가능성이 있다. 또 수사단계에서 줄곧 침묵해오던 두 전 대법관이 친정인 법정에서 적극 의견을 피력할지 주목된다. 이들의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재판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범죄사실만 47개다. 검찰이 현재까지 신청한 증인은 211명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기일당 2명을 신문한다 해도 1년을 훌쩍 넘긴다. 박 전 대통령 1심에 출석한 증인은 138명(중복포함)이었다.

재판부가 우선 선택한 증인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28명이다. 각종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 양 전 대법원장과 ‘핵심 실무자’ 임 전 차장이 피고인과 증인으로 법정에서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을 보호할지, 아니면 그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증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간 내 심리를 마무리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의 구속 기간은 8월 11일 0시 만료된다. 검찰이 추가 기소를 하지 않는다면 그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