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캔들 불씨 살려라” 미 의회, 트럼프 장남에 출석 요구

입력 2019-05-09 19: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2년간 옭아맸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이 특검 수사가 끝난 뒤에도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 하원 법사위는 수사보고서 전체 공개를 거부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의회 모욕죄를 적용했고,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해온 상원 정보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에게 추가 증언을 위한 출석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연방하원 법사위는 8일(현지시간)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보고서를 전체 공개하라는 의회 요청을 따르지 않은 바 장관의 행태가 의회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결의했다. 하원 법사위는 이 안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 찬성 24표와 반대 16표로 가결시켰다. 이후 하원 전체에서도 결의안이 승인된다면 바 장관을 상대로 한 형사·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는 바 장관의 의회 모욕죄 적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바 장관은 수사보고서 요약본과 편집본을 공개한 뒤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가 내통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은 법무부에 수사보고서 전체와 법무부의 판단 근거가 된 증거를 모두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바 장관은 민주당이 제시한 시한인 지난 6일 오전까지 이를 제출하지 않았고, 하원 법사위의 청문회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의회에 정보 제공을 아예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는 헌법적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이 이끄는 상원 정보위도 트럼프 주니어에게 추가 조사를 위한 출석을 명령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상원 정보위가 트럼프 대통령 가족에게 증언을 요구한 건 처음으로, 러시아 스캔들 관련 조사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화당원은 “이미 트럼프 주니어는 의회 앞에서 증언하느라 수십시간을 썼다”고 말하며 불만을 표했다.

상원 정보위는 트럼프 주니어에게 그가 2017년 상원 법사위에서 했던 증언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의 증언 중에는 그 이후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 전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증언과 배치되는 부분이 여럿 있다. 특히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모스크바에 고층빌딩 트럼프 타워를 짓는 프로젝트에 얼마나 개입했는지에 대한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 프로젝트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코언은 트럼프 주니어와 이방카 트럼프에게 트럼프 타워에 대한 브리핑을 10번가량 진행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