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피아니스트 박종화… 그가 해석한 베토벤을 만나다

입력 2019-05-09 20:18 수정 2019-05-09 23:46

그는 우선 독보적인 연주자였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에 입상하면서 “천둥같이 나타난 한국의 젊은 천재”라는 얘길 들었다. 2007년 33세 최연소로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뒤엔 창의성을 강조하는 교수였다. 음악 프로젝트 ‘달려라 피아노’와 ‘바흐 인 더 서브웨이’의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면서 거리의 아티스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피아니스트 박종화(45·사진)가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8년 만의 단독 공연이다. 레퍼토리는 기교가 많고 해석이 어렵기로 유명한 베토벤의 마지막 작품인 디아벨리 변주곡과 브람스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연주 시간이 장장 53분이다.

그는 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두 작품은 모두 작곡 당시로는 매우 모험적이고 혁신적”이라며 “특히 베토벤 곡은 어마어마한 실험정신이 응축돼 있다”고 말했다. 연주자이자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는 디아벨리 변주곡을 “베토벤 예술의 소우주”라고 했다. 박종화는 “베토벤은 이 곡에서 새로움을 고민한다. 그가 그 시대에 지금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가 해석하는 베토벤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내가 그동안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연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겠냐”고 했다. 학교에 몸담고 있는 그는 연주와 강의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본다. “시간을 계획적으로 써야 한다는 제약은 있지만 가르침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기 때문에 음악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모든 것이 다 연결될 수 있는 일인데 한국에서는 유독 강의나 연주, 작곡 등을 다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공연장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을 폭넓게 만나온 그의 융합적 음악관이 드러난다. 그는 2016년 직접 제작한 피아노 트레일러와 함께 전국을 돌면서 ‘뮤직 인 모션’ 프로젝트를 진행해 클래식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클래식과 사회의 접점을 찾고 연결하는 것은 음악가의 의무”라면서 “음악이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도록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