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강민정] 청년실업을 넘어 일과 삶의 대안 찾기

입력 2019-05-10 04:01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라는 책 제목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다. 임금노동으로부터 해방돼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세상을 다뤘거나 청년들에게 창업의 희망을 주는 책인가 보다 생각하고 살펴보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것을 알고 씁쓸했다. 책은 부동산 투자에 관한 것이었다. 부동산 투자든 창업이든, 임금노동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그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9년 대한민국에서 경제적 자유를 지대(地代) 추구를 통해 얻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18년에 몰아닥친 갭 투자를 통한 부동산 투기 열풍이나, 비트코인 투자 스캔들의 이면에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청년세대의 현실이 있다.

케인즈는 1930년 발표한 ‘우리 후손들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글에서 100년 뒤에는 인류가 주당 15시간 정도만 일하면 생존에 필요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으므로 나머지 시간에는 문화와 예술, 철학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늘날 이런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은 소수의 기업가나 지대 추구자들이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지나 탈일자리 시대로의 전환을 맞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이러한 삶의 형태를 실현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바로 창업을 통해서 말이다.

창업은 대기업이 내주는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다. 여기서 창업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새로운 존재양식으로서의 창업을 말한다. 창업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많은 기업가정신 연구는 말한다. 창업은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만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에는 누구나 쉽게 창업에 접근할 수 있게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인터넷 환경에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고 빠르게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상품과 서비스를 고쳐나갈 수 있다. 기업이 갖춰야 할 다양한 기능을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다. 벤처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대기업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시대다.

새로운 시대의 창업은 기존의 창업과 달라야 한다. 기존 기업들은 이익 추구를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이제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회적가치 창출을 더불어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청년들이 눈여겨봐야 할 영역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2015년 사회적기업의 3년 생존율은 96.5%로, 일반 기업(38%)에 비해 월등히 높다.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에 청년들의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기에 적합한 영역이다.

서울 창신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공공간’은 미술을 전공한 신윤예 대표가 소외지역 재생을 위한 커뮤니티 브랜딩과 디자인을 사업화하면서 지역 재생의 롤모델을 제시해나가고 있다. ‘동네방네’는 쇠락해가는 강원도 춘천 원도심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고자 조한솔 대표 등 함께 대학을 다닌 청년들이 창업한 협동조합이다. ‘토닥토닥’은 심리학을 전공한 이영희 대표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창업한 심리상담 카페로, 심리상담에 대한 사람들의 경제적·정신적 벽을 허물고 있다. ‘리아프(LIAF)’는 원예판매와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어릴 적부터 꽃을 가까이에서 접한 남슬기 대표가 가업을 이으면서 6차 산업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더해 창업했다. 대구 콰타드림랩 추현호 대표는 청년 시절 겪은 실패의 경험을 담아 지역 청년들의 꿈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청년들이 자신이 잘 아는 지역의 문제 혹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는 건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회적기업 창업은 기업가정신을 가진 청년들이 지역공동체를 만나 자신의 삶과 일의 터전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대안적 일과 삶의 방식이다. 사회적경제는 청년들을 품어주고 청년은 사회적경제를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이는 심각한 청년실업 시대를 지혜롭게 넘어가는 길이 될 수 있다.

강민정 한림대 사회혁신경영 융합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