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어머니’는 셰익스피어부터 휘트먼을 거쳐 이언 매큐언에 이르기까지 주요 영문학 작가 19명의 어머니에 대해 쓴 에세이다. 작가와 어머니 사이의 깊은 유대 혹은 얽힌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영국인의 자랑인 세계적인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어머니 메리 아든은 활기찬 성격으로 아들이 작가로 성공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고 분석한다. 부유한 아버지를 둔 아든은 아버지의 유언 집행자이자 제1상속인으로 지명을 받았다. 자녀 8명을 출산하고 70여년을 살았다. 사회적 지위 면에서 메리 아든은 남편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었고, 기질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기운찬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가모장적이었다.
셰익스피어는 8세 연상의 여성과 결혼했는데, 이 사실은 그가 여성의 우위를 받아들였음을 시사한다. 그의 작품에서도 여성은 매우 다채로운 캐릭터로 등장하고 사건 전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맥베스’에 나오는 맥베스 부인은 덩컨에게 왕을 암살하라면서 “당신은 이 일을 감행하려 했을 때, 그때야말로 대장부”라고 채근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이언 매큐언(69). 첫 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서머싯 몸상을 수상했고 ‘암스테르담’으로 부커상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셰익스피어의 어머니와 반대로 소심한 사람이었다. 매큐언은 “어머니는 자신이 하는 말의 어엿한 주인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어머니의 조심성을 물려받았다”고 썼다.
진지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매큐언은 어머니의 화법을 대부분 털어냈지만 기본적인 신중함과 자신 없어 하는 분위기를 여전히 갖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펜을 손에 쥐고 나의 어머니를 해방시켜 줄 작정”으로 소설 속 여성 캐릭터를 남성에게 부족한 모든 장점을 총합한 존재로 그렸다고 한다. 나약한 어머니에 대한 그의 연민이 섬세하고 매력적인 소설 속 여주인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작가, 그의 작품, 작가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어떤 문학 비평서보다 깊으면서도 인간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시트러스대 영문과 교수로 영문학의 대가들을 연구해왔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