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내 약국 “막아야 한다” vs “무슨 근거로”

입력 2019-05-12 17:41
한 병원에서 복지관으로 쓰던 곳을 의약품 도매상이 구매, 약국 개설을 시도해 논란이다.

‘의료기관 내’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흡해 약국을 개설하려는 사람과 이를 막으려는 지역 약사사회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관련 규정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어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약사법 20조는 의약분업의 원칙에 따라 약국을 의료기관과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된 장소에 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하는 경우’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이 성서지역으로 신축 이전하는 중에 계명대 재단은 병원 정문 앞에 용지를 매입해 A빌딩을 준공했다. A빌딩에 약국이 입점하면서 재단과 대구시약사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쟁점은 병원 앞 재단 빌딩에 들어선 약국이 과연 병원과 기능적으로 분리된 ‘독립된 공간’이냐는 것이다. 재단 측은 “A빌딩이 재단건물은 맞지만,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구시약사회는 “표면적인 문구만 가지고 해석해선 안 된다. 의약분업의 취지를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창원경상대병원도 유사한 내용으로 분쟁중이다. 지난 2016년 개원한 병원 부지 내 편의시설동에 생긴 약국이 논쟁의 시작점. 병원 개원과 동시에 약국이 입점했지만, 지역 약사회에서는 의료기관 내 약국 개설이라며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병원과 약국이 독립된 공간으로 구별되기 어렵다며 병원 내 약국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결 내렸다. 입점 약사들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천안단국대병원도 부지 내 건물에 약국 개설이 논란이 됐었다. 의약품 도매상이 단국대병원 복지관의 건물을 매입해 약국을 개설하고자 했다. 건물이 병원의 부속시설이었던 점과 지금도 병원시설들이 다수 입주한 상황이라 약사회에서는 약국이 개설될 수 없는 자리라고 명백히 밝혔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의약분업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의료진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가 상호 경제하면서 적절히 공급돼야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의료기관에 직접적이건, 고액의 임대료가 되건, 의약품 도매자본이건 간에 일정 부분 의료기관을 등에 업고 약국이 개설된다면 독립적인 부분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편법 원내약국 개설등록 업무를 자문한 협의체 운영에 재시동을 걸었다. 약국 개설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어 보건소별로 자의적으로 법령을 해석해 들쭉날쭉하던 약국 개설 기준 편차를 줄이고자 나선 것이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약사법 개정이나 가이드라인 발간 등의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역 간 개설 눈높이에 대해 맞출 때까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