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규제를 풀겠다고”… 약사들 뿔났다

입력 2019-05-12 18:26
약업계는 건강기능식품 규제완화 정책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부가 “건강기능식품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약계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건강기능식품의 대형 마트·백화점 등에서 자유 판매를 허용하고 제품변경과 폐업 등 신고의무 완화·이력추적관리 방식 개선 등 행정부담도 대폭 완화하겠다”며 건강기능식품의 규제완화 의지를 밝혔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한 식품을 의미한다. 대형유통업체는 현행법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려면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이 사전신고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능성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입식품도 변경신고를 할 수 있도록 완화했는데 종전에는 국내산 건강기능식품만 가능했다.

원료의 범위도 일부 확대돼 인지능력 개선에 효과가 있는 알파-GPC나 면역력 증진 원료인 에키네시아 등을 활용한 제품출시도 가능해진다.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일반 식품에도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고, 광고 허용범위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는 동물실험 결과 등도 광고를 허용하고 광고로 활용 가능한 대상자료 검증기관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사전 심의를 폐지하고 처벌수준도 합리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식품·건강기능식품, 건강기능식품·의약품 간 경계를 모호하게 해 국민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건강기능식품 규제 완화에 우려를 표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에 있으면서 원료·상황에 따라 의약품에 가까울 수도 있고 식품으로 볼 수도 있는 제품”이라며 “최근 쇳가루 검출로 이슈가 된 ‘노니’,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패혈증 사망 사건 등으로 문제가 지속되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모든 규제를 해제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는 마치 의약품보다 더 의약품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합리적이고 타당한 기준을 통해서 정책을 정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의 허위 과대광고 급증을 관리하지 못해 질타를 받았다. 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도 증가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또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해서 홈쇼핑 등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약국에서의 판매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며 “국민건강을 편의·관리 주체 위주로 정책을 수정하고자 하는 것에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환자 단체도 규제 완화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번 규제완화는 소비자안전보다는 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을 더 높이는 내용이 많다”며 “광고에 실험기관 등을 명시할 수 있게 됐는데 이 기관이 적합한 곳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소비자에게 혼동만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데 업계의 불편사항을 해결해주려는 방식으로 규제를 접근하는 것이 문제”라며 “지금도 부작용이 많다. 약보다 효능이 떨어지는데 항암효과·면역력 등에 대해 홍보되는 것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