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암은 흡연, 바이러스 감염, 환경오염, 잘못된 식습관 등 주로 외부요인 때문에 발생한다. 이들로 인해 세포 속에서 ‘돌연변이’라 부르는 유전자 손상이 거듭되면 마침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게 된다. 이 과정은 꽤 시간이 걸리기에 암이란 질병은 주로 노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대개 CT, MRI 등 영상의학적 방법으로 암 덩어리를 찾지만 요즘은 세포 속의 유전자가 손상된 것을 알아보는 분자진단법까지 동원하여 암을 확진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그런데 전체 암의 5~10% 정도는 이렇게 오랜 시간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노년에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날 때부터 부모로부터 돌연변이를 물려받았기에 젊은 나이에 발병한다. 이런 암들을 ‘유전성 암’이라 일컬으며, 의심되는 환자나 그 가족들은 암유전클리닉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
세대를 건너가며 집안에 동일한 암이 많은 경우, 30대 혹은 그 이전에 암이 생기는 경우,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암이 생기는 경우, 유방, 난소 등 좌우에 있는 장기에 둘 다 암이 생기는 경우 등은 모두 일단 유전성 암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다.
암유전클리닉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는 사람은 이미 암 판정을 받은 환자들보다 암에 걸릴까봐 염려하는 그 가족들이 더 많다. 이들은 아직까지 몸에서 암덩어리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로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암의 존재 유무가 아닌 장차 그 암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 알아보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유전성 암을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암에 걸릴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암유전클리닉 진료의 핵심은 바로 가족력과 유전자 검사 결과를 종합해 암발생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그에 따라 실제적 예방 조치들을 취할 수 있도록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있다. 유전성 암의 유전자 검사는 보통 피검사로 진행하는데, 기껏 고가의 검사를 마치고서 “암에 걸릴 확률이 좀 높으니 앞으로 건강관리를 잘하십시오.”라는 식의 무책임한 결과를 내주는 곳들이 의외로 많기에 유전성 암이 걱정되는 분들은 반드시 제대로 된 의료기관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홍영준 <원자력병원장 겸 진단검사의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