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참여하며 자발적 ‘단주’ 실천

입력 2019-05-12 17:30
알코올 회복자들은 ‘건강음주희망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봉사활동으로 단주를 실천하고 있다.

알코올 회복자들의 자발적 단주(斷酒) 활동인 ‘건강음주희망프로젝트’가 화제다.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마포에 위치한 모 아파트 입구 도로변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행사 프로그램명도 독특하다. ‘여의주(輿議酒)’, ‘사랑회(會)’ 등에서 알 수 있듯 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봉사활동을 하면서 단주를 유지하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보기 드문 봉사활동이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이라 불리는 알코올 사용장애는 반복적인 음주로 인해 성적·공격적 행동, 판단력 손상 등으로 광범위한 신체적 장애 및 심리적 고통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다. 우리나라의 알코올 사용 장애 인구수는 159만명으로 추정된다. 알코올 사용장애가 무서운 이유는 정신질환 중 가장 유병율이 높기 때문이다.

마포구정신건강복지센터가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치료를 모색키로 한 이유는 지난 2012년 해당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4개월여 동안 주민 9명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던 것이다.

사회복지사들은 알코올 사용장애가 의심되는 가정을 찾아가 상담서비스를 하고 음주 캠페인도 펴왔다. 성공적인 활동이 바로 이날의 ‘여의주’ 활동과 알코올 중독자들로 구성된 마을봉사공동체인 ‘사랑회’다.

박정님씨(가명)는 술을 끊은 지 16년이 넘었다. 박씨는 현재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회복자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단주를 하도록 돕는 게 그의 일이다. 단주 이후 바뀐 삶이 궁금했다. 박씨는 “맑은 정신, 제정신으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형남씨(가명)는 동네에서 ‘화가’로 불린다. 소싯적에 정씨는 아이들에게 미술 지도를 했다. 그림을 그리며 습관처럼 마시던 술이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현재 그는 한차례 단주 실패 이후 다시 5개월째 술을 끊은 상태다. 정씨가 기자를 이끌고 아파트 단지 이곳저곳을 보여줬다. 주민들이 오가며 쉴 수 있는 나무 벤치가 그럴싸했다. 그와 사랑회 회원들의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이 모임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운영된 것은 아니었다. 마포구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의 사회복지사 김우형씨는 “처음에는 찾아가면 고함부터 질러댔다”며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센터 사회복지사 한 명이 챙겨야 하는 지역 주민은 최소 120명. 매주 하루를 꼬박 이들과 만나면 그만큼의 ‘구멍’이 생긴다. 그렇다고 이러한 자조모임에 ‘특별한’ 예산 지원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김씨는 “최근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이후 커뮤니티케어를 비롯해 중앙에서 지역에 하달되는 의뢰권은 쏟아져 업무가 과중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장은 너무 열악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