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서 물품 가져오느라 석유 쓰고 탄소 배출… 직접 제작 땐 사회 바꿀 수 있어”

입력 2019-05-09 18:36

“베네수엘라는 기름만 생산하는 나라다. 나머지 물품은 다 수입한다. 석유를 판매하지 못하면 생필품을 조달할 수 없는 나라. 나는 베네수엘라의 모습이 대도시의 모습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도시도 거의 모든 걸 다 외부에서 가져와서 쓰고 있으니까.”

세계 팹시티 운동의 출발점이 된 바로셀로나팹시티 대표인 토마스 디에즈(사진)는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2006년 바르셀로나로 이주한 후 팹랩을 통해 디지털 제작이란 걸 알게 된 후 그 가능성을 도시문제에 접목시켰다. 베네수엘라가 석유를 더는 팔 수 없게 된다면 살 수 없는 것처럼 도시도 외부에게 물품을 가져올 수 없게 된다면 지속될 수 없다. 도시에서의 제작(fabrication)을 강조하는 팹시티 운동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출발했다.

지난 6일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디에즈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피자를 만들어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인들이 피자를 먹는데 전부 이탈리아에서 수입해 먹지는 않는다. 각자의 나라에서 피자를 만들어 먹는다. 레시피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생산기구들은 각자 가지고 있다”면서 “피자를 만드는 것처럼 로봇도 농기구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 재료와 물품을 가져오고 운송하느라 많은 석유가 사용되고 탄소가 배출된다”면서 “시민들이 기술을 익혀 생산의 방식을 조금만 바꿔줘도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팹랩은 도시의 시민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개방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그는 “스마트도시란 스마트시민 없인 불가능하고, 스마티시민을 만들려면 기술들을 개방해야 한다”며 “바르셀로나는 25개 정도의 팹랩과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 기술 개방과 시민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열린 팹랩 아시아 네트워크 행사에 대해 그는 “서울이 뭔가 시작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서울혁신파크처럼 작은 구역을 설정해서 뭐든 시작을 해보는 게 좋다. 재료 생산이나 운송 방식을 바꾸고 식량과 에너지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찾고 그것을 이웃 도시로 확산시키는 방식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