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이인영(55·3선) 의원이 선출됐다. ‘86세대’의 대표 정치인인 이 신임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내에서 집권 여당을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 원내대표가 ‘당의 주도성’을 강조한 만큼 집권 만 2년을 맞은 문재인정부에서 당청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 원내대표는 “무조건 민생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8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태년 의원과의 결선투표 끝에 76표를 얻어 49표에 그친 김 의원을 27표차로 제치고 낙승했다. 앞서 1차 투표에서는 이 원내대표 54표, 김 의원 37표, 노웅래 의원이 34표를 얻어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을 통해 “우리 당이 넓은 단결을 통해서 강력한 통합을 이루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헌신하겠다”고 했다. 야당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제가 협상을 잘할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혼자) 협상하지 않고 의원 128명 전체가 협상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겠다”며 “늘 지혜를 구하고 의원총회가 협상의 마지막 단계가 될 수 있도록 해서 집단사고에 근거해 협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고 김근태 의원 계열(GT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당내 개혁그룹인 ‘더좋은미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해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초·재선 친문 의원 그룹인 ‘부엉이 모임’의 지지도 이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이 원내대표 당선 배경으로 이해찬 당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하게 작동한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친문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고, 세대교체를 원하는 등 ‘친문의 분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김태년 의원은 이해찬 당대표의 직계라서 지도부가 일색이 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의원들 사이에 있었다”며 “친문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김 의원을 돕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도 “이번 선거 결과로 친문·비문 간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이 민생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대로 민생이 무너지면 내년 총선에서 상점과 식당을 들렀을 때 선거 캠페인이 가능할지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며 “핵심은 자영업, 중소기업, 청년대책”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변화와 통합의 길로 나가야만 총선에서 승리한다”며 “공정하고 균형감 있는 공천으로 총선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청 관계에서도 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총선은 당이 앞장서서 치르게 된다. 정부나 청와대가 당의 정책과 노선을 뒷받침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충북 충주 출신으로 고려대 총학생회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거쳐 전대협 동우회 회장을 맡는 등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이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피 수혈론’에 따라 새천년민주당에 창당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20대 총선까지 내리 다섯 번 서울 구로갑에 출마했고, 17대, 19대,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2010년에 민주당, 2012년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임성수 김판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