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향후 60일 내에 미국의 고강도 대(對)이란 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고농축 우라늄 생산 등 핵개발 활동을 전면 재개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한 지 1년 만에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이미 핵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핵심 전략자산을 이란 인근에 전개한 상황이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P통신과 IRNA통신 등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사진) 이란 대통령은 8일 오전(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60일 내에 이란의 석유 수출과 금융 거래가 재개되지 않으면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중수로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주장했다. JCPOA에 규정된 농축우라늄 및 중수 보유 제한 규정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JCPOA는 이란이 핵폭탄 재료로 쓰일 수 있는 두 물질을 생산할 권리는 인정했지만 농축우라늄 300㎏, 중수 130t으로 상한선을 설정했었다. 이란이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기면 핵개발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것과 다름없다.
로하니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의 JCPOA 탈퇴 이후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일방적 탈퇴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해준다는 약속을 했었다”며 “하지만 이들은 ‘립서비스’만 해왔을 뿐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JCPOA를 구하기 위해서는 진통제가 아니라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나왔다. 명목상으로 이란이 유럽 국가들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에 제재 해제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과 중국 등 8개국에 부여했던 이란산 원유 제재 면제 조치를 연장하지 않은 데 이어 JCPOA가 허용한 이란산 우라늄과 중수의 해외 반출까지 문제 삼았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호와 B-52 전략폭격기를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에 추가 배치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정보 당국은 이란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선박을 통해 운송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미국은 조만간 이란이 중동 주둔 미군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항공모함과 폭격기 배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