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용기 2대가 지난 3일 제주도 남쪽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네 차례 진입해 1시간39분간 비행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월까지 월말 정례훈련마냥 KADIZ를 들락거렸던 중국 군용기 비행이 뜸해진 가운데 이번엔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한 것이다. 러시아 군용기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해상과 상공에서 진행된 ‘해상연합-2019’ 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KADIZ에 진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대잠수함 초계기인 투폴레프(Tu)-142 2대는 지난 3일 오전 8시2분쯤 동해상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을 거쳐 KADIZ에 접근했다. 우리 군은 곧바로 F-15K 전투기 편대를 발진시켰다. 이때 한국과 러시아군 간 직통망을 통한 교신이 이뤄졌다. 러시아 측은 “훈련 구역으로 이동 중”이라며 비행 목적과 시간을 밝혔다.
Tu-142 2대는 울릉도 동남쪽을 지나 대마도와 제주도 남측 해상을 따라 이동했다. 이어도 인근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지역까지 들어왔다가 진입 경로를 따라 되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네 차례 KADIZ 진입이 이뤄졌으며 우리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 KADIZ를 최종 이탈한 시간은 오후 1시30분쯤이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격인 일본 통합막료감부 발표로 이런 사실이 알려졌다. 우리 군 관계자는 8일 “러시아 측과 교신을 통해 비행 목적이 확인된 데다 특별한 비행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공식별구역은 주권이 인정되는 영공은 아니다.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각 국가가 임의적으로 설정한 구역이다.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는 과거에도 KADIZ에 진입하곤 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전략폭격기 Tu-95MS 2대가 하루에 네 차례 KADIZ에 진입했을 때 주한 러시아 국방무관을 초치해 항의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