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치닫는 미·중 무역분쟁, 막판까지 치열한 ‘밀당’

입력 2019-05-08 18:55 수정 2019-05-08 23:57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둘러싸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중국이 미국과 합의를 이루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추가 인상하겠다고 위협했던 이전의 태도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며칠 전 갑자기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엄포를 놓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한번 입장을 바꾸면서 미·중 무역협상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방금 중국이 (무역협상 관련) 합의를 하기 위해 그들의 부총리(류허)가 미국에 오고 있다고 알려줬다”며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이 미국 금고에 채워지게 돼 기쁘다. 미국에는 좋고 중국에는 좋지 않은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따라 9~1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무역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 관행 금지 명문화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10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양국이 최근 수일간 물밑협상을 통해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여전히 양국 협상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중국은 “양보는 없다”고 밝히는 등 강경 기조를 드러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중국 정부가 자신감을 회복한 데다 시진핑(얼굴) 국가주석도 계속 미국에 휘둘리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일 사설 격인 ‘종성’ 칼럼에서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에서 예상되는 각종 어려움과 도전에 대응할 완벽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미국의) 관세 몽둥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밝혔다.

인민일보는 전날 위챗 계정에 게재한 논평에선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양보를 “생각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논평은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한다 해도 우리에게 불리한 것들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논평은 중국 협상단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타오란 노트(Taoran Notes)에 먼저 실렸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상호 존중으로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길 원한다. 상호 이익과 공영의 합의를 달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협상팀에게 “모든 가능한 결과에 대해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관세 추가 인상 시 미국산 대두, 과일, 고기, 에너지, 비행기 등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평론가 천다오인은 “시 주석과 중국 정부는 직면한 도전에 굴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확고해 보인다”며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또 미국에 지나치게 끌려가는 모습을 피하고,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무역전쟁 승리를 선언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 조사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공동 창업자인 아서 크뢰버는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중국 협상단은 보조금을 삭감하고 강제 기술 이전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담해졌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