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 수출이 함께 줄어드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했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 폭은 6년9개월 만에 최저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지난달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다만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 폭이 112억5000만 달러라고 8일 밝혔다. 분기별로 보면 2012년 2분기(109억4000만 달러) 이후 27분기 만의 최저치다. 수출 감소와 그에 따른 상품수지(수출과 수입의 차이) 흑자 폭 저하가 원인이다.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줄어들며 2016년 3분기(-3.9%) 이후 10분기 만에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세계적인 교역량 둔화, 반도체 및 석유류 수출 감소,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월별로는 8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긴 했다. 다만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1분기 수입 역시 2016년 3분기(-1.5%) 이후 10분기 만의 감소로 돌아서면서 수출 감소의 충격을 일부 지워주는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는 “한국 무역수지는 수출보다는 수입 쪽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고 진단한다.
경상수지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으로 통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해외 IB들은 앞으로 발표될 지난달 경상수지의 경우 적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한국 경제에 대해 “2013년 이후 줄곧 상품수지가 4월 배당의 영향을 상쇄했지만, 올해에는 수출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도 이날 “예단하기 어렵다”며 소폭 적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더라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중국의 수요 반등과 반도체 단가 안정에 따라 상품수지가 회복되고, 관광업 회복 등으로 서비스 수지 적자 폭은 축소될 것이라는 시각이 크다. 한은이 예측하는 올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65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안팎 수준이다. BOAML은 오히려 이 수치를 4.5%로 추정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