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 침엽수종 집단 고사 진행 확인

입력 2019-05-08 19:20
한라산 진달래밭 구상나무림의 2009년 모습(위)과 2016년 모습. 쇠퇴 현상이 뚜렷하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등 보호 가치가 높은 상록침엽수가 자생지에서 집단으로 고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전국 고산지역 멸종위기 침엽수종 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국 31개 산지에서 멸종위기 고산 침엽수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전체 분포면적은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0.19%인 1만2094㏊에 달했다. 지역적으로는 지리산이 5198㏊(43.0%)로 가장 넓었고 한라산 1956㏊(16.2%), 설악산 1632㏊(13.5%), 오대산 969㏊(8.0%)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구상나무는 6939㏊에 약 265만본이 분포하고 분비나무는 3690㏊에 약 98만본, 가문비나무는 418㏊에 걸쳐 약 3만본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분포 범위는 해발고도 1200~1600m였으며 수분조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북쪽 계열 사면에 주로 분포했다.

고사목 발생현황과 생육목의 건강도를 측정해 종합적인 쇠퇴도를 산출한 결과 전국 구상나무림의 33%, 분비나무림의 28%, 가문비나무림의 25%가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수종별 쇠퇴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구상나무의 경우 한라산에서 39%, 분비나무는 소백산에서 38%, 가문비나무는 지리산에서 25%로 나타났다. 쇠퇴도는 겨울철 기온상승률이 높고 위도가 낮은 곳에서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현재 어린나무의 개체수가 적고 나무들의 연령구조마저 불안정해 지속적인 개체군 유지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흉고(나무의 지름, 둘레 또는 단면적을 측정하는 지상에서 표준 높이) 직경이 6㎝ 미만이면서 높이 50㎝ 이상인 어린나무를 조사한 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가문비나무는 ㏊당 평균 191본과 53본이 서식했으며 설악산의 분비나무는 ㏊당 평균 181본에 불과했다.

고산 침엽수의 대규모 고사 및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는 겨울·봄철 기온 상승, 가뭄, 여름철 폭염 등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생리적 스트레스 때문으로 파악됐다. 임종환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은 “전문가 및 유관 기관과 협력해 멸종위기 침엽수종의 보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