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이도의 ‘군사 봉기’ 실패 일주일… 칼 빼든 마두로

입력 2019-05-08 18:57
사진=AP뉴시스

니콜라스 마두로(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을 축출하려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군사 봉기가 실패한 지 1주일 만에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형사처벌에 나서는 등 강공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친(親)정부 성향인 베네수엘라 대법원을 겨냥해 “마두로의 정치적 도구”라고 비판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지난주 군사 봉기에 참여했던 야당 의원 6명에 대해 반역 및 내란선동죄로 기소를 명령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봉기를 이끈 과이도 의장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대법원은 7명에 대한 처벌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별도의 해명 없이 기소 대상을 한 명 줄였다. 마두로 대통령의 친위 세력인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는 이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박탈했다.

과이도 의장의 군사 봉기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자 마두로 대통령이 반역 세력을 완전히 진압하기 위한 반격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 네스토르 레베롤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국내 민간공항 3곳을 통제할 것”이라며 “(야당 세력의) 불법행위를 엄중히 단속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마두로 대통령이 자신의 권위를 공고히 하려는 절차”라고 풀이했다.

다만 마두로 대통령은 군사 봉기의 주동자이면서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과이도 의장 체포는 계속 유보하고 있다. 과이도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만큼 섣불리 그를 체포했다가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WP는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등 50여개국이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한 과이도 의장을 체포하는 일에 아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 퇴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과이도 의장 편에 선 마누엘 리카르도 크리스토퍼 피게라 전 베네수엘라 비밀경찰(SEBIN) 국장에게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마두로 정권에서 이탈한 고위급 인사에 대한 제재를 푼 건 처음이다. 앞서 미 재무부는 마두로 대통령 측근으로 파악된 고위관리 150여명이 소유한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펜스 부통령은 베네수엘라 대법원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야당 의원들의 처벌을 추진한 대법관 25명을 향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독재정치를 일삼는 마두로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며 “이들에게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베네수엘라 난민을 돕기 위한 미군 병원선 USNS 컴포트호를 다음 달부터 5개월간 카리브해와 중남미 일대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상 1000여개를 보유한 컴포트호는 지난해에도 콜롬비아와 온두라스에 정박해 난민들을 돌봤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성명에서 “정치적 혼란과 경제 파탄으로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진 베네수엘라 국민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