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컴백 가빈·산체스 “그리웠다, 한국”

입력 2019-05-08 18:28

패기 넘치던 20대 에이스들이 노련한 베테랑이 되어 돌아왔다. 서른셋 동갑내기 가빈 슈미트와 마이클 산체스의 행동에는 여유가 넘쳤고 말에는 성숙함이 묻어났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 중인 2019 남자배구 트라이아웃(공개 선발)에 참가한 이들은 7일(현지시간) 인터뷰를 통해 복귀 소감을 전했다.

한국을 떠난 지 각각 7년과 3년이 넘었지만 가빈과 산체스는 나란히 “한국이 그리웠다”고 했다. 가빈은 “한국에 대한 기억이 굉장히 좋게 남아서 다시 돌아오고 싶었다”며 “종종 V리그 경기를 챙겨보곤 했다”고 말했다. 산체스도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과 팬들 생각이 났다”며 “특히 대한항공에서 함께했던 김학민과 최부식(대한항공 코치), 권순찬(KB손해보험 감독)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가빈은 2009-12시즌 삼성화재에서 뛰며 V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3년간 총합 3061득점을 기록하며 매 시즌 득점상과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등을 휩쓸었다. 삼성화재가 ‘몰빵 배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그는 무시무시한 화력을 뿜어냈다. 가빈은 “어떤 팀을 가느냐는 중요치 않다. 어느 포지션에서든 팀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완벽했던 가빈과 달리 산체스에게는 아쉬움이 있다.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에서 보낸 2년 반 동안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산체스는 “V리그에서 챔피언결정전에도 가지 못했었다.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그는 구단들이 뽑은 선호도 1위에 올랐다. 산체스는 “1등 평가를 받은 것은 생애 처음”이라며 “더 많이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V리그를 떠나있는 동안 두 선수는 다양한 리그를 경험하며 한층 성숙해졌다. 가빈은 “어렸을 때는 멋모르고 점프만 열심히 했는데 이제는 영리하게 플레이할 줄 안다”고 자평했다. 그리스 리그 경기를 치르고 장거리 비행 끝에 합류한 탓에 트라이아웃에 임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인생은 항상 완벽하지 않으니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담담히 답하기도 했다. 산체스도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거치며 여러 패턴의 배구를 접했다”고 설명했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감독들은 가빈과 산체스에 대해 말이 필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코트 곁에 서서 꼼꼼히 연습 경기를 지켜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가빈과 산체스는 다른 지원자들과 수준이 다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컨디션과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충분히 검증된 선수들인 만큼 지명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토론토=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