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가정 위기’를 검색해 봤다. 미국의 경우 현대의 바쁜 일상에 따른 소통 부재가 가정 위기의 원인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 가족 구조의 변화에서 오는 문제들이 많았다. 핵가족화나 남성과 여성의 역할 변화, 부모나 조부모의 권위 상실, 결혼 후 생기는 폭넓은 가족과의 관계 변화 등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가족 구조의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선 원만한 소통을 해야 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제와 해법이 맞닿아 있는 것이다. 사실 미국도 사회의 변화가 가정 위기의 원인이다. 가정 구성원 모두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회 구조가 가정을 세우는 쪽으로 변하지 않으면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건 어려울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사회 구조의 변화는 더디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를 구성하는 각 영역 공동의 노력이 필요해서다. 정부에 모든 것을 일임할 수도 없다. 가정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족 구성원들의 노력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부부 관계,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생각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부부가 가정의 화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정은 부계의 승계가 목표였다.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가족은 부부의 사랑이 목표다. 부부 관계도 수평적으로 변했다. 부부의 역할과 책임은 평등하고 공평하게 배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배려해야 한다.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위해 게리 채프먼이 말한 사랑의 언어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목사이자 연설가인 게리 채프먼이 1992년 펴낸 책 ‘5가지 사랑의 언어’는 지금까지 1100만 부가 팔렸다. 그가 말하는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이다.
이 언어 중 배우자가 더 좋아하는 언어를 자주 활용하는 게 가정을 지키는 첩경인 셈이다. 인정의 말을 좋아하는 배우자는 칭찬 받고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고맙다는 말도 기다린다.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배우자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선물이란 언어를 좋아하는 배우자는 단지 비싼 선물에 의미를 두는 게 아니다. 사랑의 의미가 담긴 선물을 기대하는 것이다. 봉사란 배우자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봉사를 의미 있게 여기는 배우자를 위해서는 집안일을 하거나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스킨십을 바라는 배우자는 신체적 접촉을 통해 사랑을 전달받는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도 생각해 보자. 전통적 가족은 예절교육부터 결혼 임신 출산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역할이 지대했다. 현대 가정은 그렇지 않다. 학교와 사회, 미디어가 이런 교육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정교육이 매우 축소됐다. 부모들은 자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만족한다. 이를 위해 조기교육과 과잉교육이 넘쳐난다. 자녀의 가치관이나 인생관, 삶의 자세나 언어습관, 예절에 대한 지도가 약화됐다. 부모가 자녀들의 인생을 이끄는 스승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미국의 심리치료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에이미 모린은 자녀교육을 하는 부모들에게 몇 가지를 당부했다. 바로 칭찬과 상냥함, 한계 설정, 행동 교육, 감정 지도가 그것이다. 자녀는 칭찬과 격려를 원한다. 자녀를 양육할 때는 부드러워야 한다. 수치심과 모멸감을 줘서는 안 된다. 좋은 부모는 원칙을 갖고 자녀를 훈육해야 한다.
부모가 설명한 경계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을 자녀가 스스로 인지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행동 교육은 잘했을 때 적절하게 보상해 주고, 잘못 했을 때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감정을 지도하는 것은 자녀가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부부 관계든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든 사랑의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언어 표현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의 언어들은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사회도 밝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병훈(고신대 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