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불법체류자의 국내 유입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 신분으로 국내에 들어와 불법체류자가 된 외국인은 지난해 1만3945명으로 5년 전에 비해 배가량 늘었다. 관리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무턱대고 유학생을 늘리도록 유도한 정부와 돈에 눈 먼 대학이 합작해낸 결과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올해부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들이 ‘비자 공장’으로 전락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유학생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그래픽 참조). 어학연수생을 포함한 유학생 규모는 2013년 8만1847명에서 지난해 16만671명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정부가 설정한 2023년 유학생 20만명 유치 계획은 무리 없이 달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도 껑충 뛰었다. 2013년 7551명에서 2016년 5652명으로 감소 추세였는데 2017년 8248명으로 뛰더니 2018년에는 1만3945명으로 급증했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인이 9213명, 중국 1930명, 몽골 1066명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어학연수가 불법체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어학연수생으로 들어와 사라진 외국인은 4294명이었는데 지난해 1만2526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대학을 통한 불법체류자 증가는 구조적인 문제다. 학생 수 감소의 충격파는 올해부터 본격화되며 대학 입장에선 공포에 가까운 수준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집계한 지난해 고3 수험생은 57만661명이었다. 올해 고3은 51만241명으로 한해 사이 5만2000명가량 증발하게 된다. 내년에 고3이 되는 현재 고2는 45만7674명으로 역시 5만명 이상 줄어든다. 이후 45만~46만명 수준을 유지하다 2024학년도 대입(현재 중학교 2학년) 때 41만6848만명으로 또다시 뚝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정부가 고졸 취업과 후진학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 ‘졸업해도 취업이 어려운 지방대나 문과 가느니 고졸 취업이 낫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여서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 사회에 미치는 충격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학은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인위적인 대학구조조정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교육부가 처음 대학구조조정에 뛰어든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일종의 고통분담 시스템이었다. 전국 모든 대학을 A~E등급으로 구분하고 B등급 이하에 입학 정원을 줄이도록 했다. 그러나 후폭풍이 거셌다. 학생 충원 걱정 없는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볼멘소리를 냈다. ‘왜 잘하는 대학까지 학생을 줄여야 하는가’ 등의 논리였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대학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데 경쟁력을 떨어뜨린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학부모 반발도 정책 전환에서 무시하지 못할 요소였다. 자녀를 보내고 싶은 수도권 대학들도 입학 정원을 줄여야 하니 반발은 당연했다. 이후 교육부는 사실상 시장에 구조조정을 맡기는 조치를 취했다. 웬만한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묶어 재정지원을 해주고 일부 대학에만 정원 감축을 조건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자율개선대학에 지정됐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수도권 대학들이 생존경쟁에 내몰리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등록금은 10년째 동결 상태다. 반값등록금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 재정 부담도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유학생 시장은 이런 대학들에 거의 유일한 탈출구다. 정부도 이를 부추겼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여파를 반발이 큰 인위적 구조조정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대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크게 두 가지인데 평생교육 수요와 유학생 유치다. 평생교육 수요는 기업 문화나 인식 등과 엮여 있어 증가폭이 완만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빠른 학생 수 감소에는 별로 도움이 못된다.
일반 학생은 정부의 강력한 등록금 인상 억제책에 묶여 있지만 유학생은 그렇지 않다. 미국 등 해외 대학들도 외국인에게 현지인보다 현격하게 높은 등록금을 받고 있어 사회적 비판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대학의 위기가 가속화될수록 대학들은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으며 불법체류자 증가는 피하기 어려워진다. 유학생 입장에서도 비싼 학비를 내더라도 본국보다 높은 임금 수준 때문에 ‘남는 장사’다. 이런 틈새를 유학·취업 브로커들이 놓칠 리 없다. 유학생과 브로커,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특히 서울의 주요대학으로 분류되는 한국외국어대에서 불법체류자가 급증한 상황은 학생 충원이 어려운 지방대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보여준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외대 유학생 불법체류자는 2017년 193명, 2018년 176명으로 집계돼 정부 제재를 받고 있다.
정부 규제도 녹록지 않다. 정부는 대학에 유학생 관리를 똑바로 하라고 채근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유학생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불법체류자 비율이 높은 대학에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비자를 내주는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컨설팅 대학’, 비자를 받지 못하게 제한하는 ‘비자제한대학’으로 묶는 사후 대책이다. 한 호남지역 관계자는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기관이다. 유학생도 성인인데 이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일일이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학생의 급격한 증가는 고등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학생들의 피해를 야기한다. 전임교원 확보율이란 지표가 있다. 대학 교육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로 모든 대학 평가에서 활용된다. 그러나 정원 내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유학생을 늘려도 이 지표가 악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 때문에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은 지방대는 물론이고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도 나오는 실정이다. 중국인 유학생 기피 문화는 최근 베트남 학생 혐오 풍조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학내 갈등의 요소로 번질 개연성도 다분하다. 일반 학생들은 유학생들과 아르바이트 자리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여서 불만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옥석을 가리는 시스템이 중요하며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 해야 한다. 학부로 유학 오려는 외국인은 철저히 검증해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 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고급 두뇌는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