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디지털 소통 나선 이유? “할 수밖에 없는 시대라”

입력 2019-05-11 04:01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10일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을 열고 있다. 뒤편에 청와대 본관이 보인다. 대문을 활짝 열어 청와대를 보여주는 모습이 그가 이끄는 디지털소통센터의 업무를 연상시킨다. 윤성호 기자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는 디지털 방식을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전담하기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정혜승(48) 전 카카오 부사장이 센터장(비서관)으로 영입됐다. 센터는 자주 이슈의 중심이 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뿐 아니라 자체 인터넷 방송, 브이로그(동영상 블로그), 카드뉴스, 청와대 B컷(추가로 공개하는 사진) 등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센터의 활동을 두고 일각에서는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청와대 관영방송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걱정을 무릅쓰고 파격적인 시도들을 하는 이유에 대해 정 센터장은 “할 수밖에 없는 시대라서”라고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한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2015년이라서”라고 답한 것을 인용한 답변이다. 정 센터장을 10일 청와대 인근에서 만났다.

-이미 홍보 수단이 많은 청와대에서 디지털 콘텐츠가 왜 필요한가.

“트뤼도 총리가 ‘2015년이라서’라고 했는데, 우리도 2017년이니까 출범한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게 직접 소통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어느 하나 절대적인 방식이 없는 시대다. 국민에게 더 가깝게, 알기 쉽게, 친근하게 투명한 소통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다.”

-최근에는 브이로그도 시도했다.

“나도 잘 몰랐던 개념인데, 어느날 20대 동료와 대화하다가 ‘쉴 때 브이로그를 본다’는 말을 들었다. 대체 이걸 왜 보지? 그런데 조회 수가 장난이 아니었다. 직장인도 주부도 다 브이로그를 하고 있더라. 요즘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관심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그들과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지배적 플랫폼이 없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많은 플랫폼에 올라탈 수밖에 없다. 각 플랫폼에 맞는 방식을 찾으려 한다. 아주 완성도 높은 것이 꼭 잘 알려지는 건 아니다. 좋은 영상은 그것대로, 아닌 건 아닌 대로 바이럴(입소문)이 되기도 한다.”

-출범 초와 비교해 피드백이 늘었나.

“조회 수는 케바케(케이스바이케이스·사안에 따라 다름)다. 조회 수보다 리트윗이나 공유 수를 주로 본다. 우리 콘텐츠를 국민들이 공유해주고 바이럴이 되는 것을 지향한다. 언론 보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안은 우리 콘텐츠가 더 확산되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브루나이 방문 때 여러 커뮤니티에 우리 콘텐츠가 꽤 보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여러 화제를 낳고 있다.

“지금까지 92개 청원에 답변했다. 우리 혼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한다. 각 부처, 각 비서관실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국민이 물어보시니 우리가 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했기 때문에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 강화), 김성수법(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 처벌 강화)이 마련되고 촉법소년(형벌을 받을 범법 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소년법 개정 논의가 촉발됐다.”

-일부 청원에 대한 답변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내가 ‘꼴페미’(극단적 페미니스트를 뜻하는 은어)로 등극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청원 답변에서 ‘미투’ 청원과 달리 무성의하게 답변해서 그랬다고 한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길게 답변했다가 크게 혼난 적이 있어서 심플하게 대답한 건데 큰 오해를 받았다. 법 앞에 성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내부에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저항은 없었나.

“이 방식을 찾는 국민들이 있어서 하는 거다. 언론을 통한 간접 소통과 온라인 직접 소통, 두 날개의 소통을 함께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가 여기에 오게 됐다. 이렇게 가야 한다는 방향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콘텐츠가 지나치게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 홍보라고 해도 국민을 더 보려고 애쓴다. 한 기업 홍보 담당자가 ‘우리는 회장님 얼굴 사진을 가운데 넣지 않는 걸 상상할 수 없는데, 청와대는 대통령을 옆으로 두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통령 얼굴보다 그 옆 소방관의 손이나 국민이 잘 보이는 사진을 고른다.”

-지난 2년간 콘텐츠 구성에 어려웠던 점은.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시대다. 누구는 인스타그램을, 누구는 트위터를 사용하고 어떤 분은 아예 SNS를 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정부가 보도자료만 잘 쓰면 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아니지 않나. 다행히 문 대통령을 지켜봐주는 국민들이 많아 다양한 플랫폼에서 반응이 있다.”

-이런 방식이 다음 정부에서 폐기되는 건 아닐까.

“불가역적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가보자고 하고 있다. 대통령 일정 공개도 이렇게 한번 열어놓으면 더 디테일해질 수는 있어도 후퇴하기는 어렵다. 다음 정부는 우리보다 훨씬 잘할 거라고 기대한다.”

-카카오 부사장 출신인데 청와대 적응이 쉽지 않았겠다.

“카카오와 청와대의 프로세스는 다르고, 비교할 수 없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기획부터 시작해 두 달 반 만에 열었다. 수백 명의 개발자, 디자이너가 있는 조직도 아니고 옛 동료들이 보면 ‘미친 짓’이다. 상근 개발자 없이 소통을 혁신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컨텍스트(맥락)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고민하고 있다. 지표 하나로 얘기하기 어려운 시대에 정책의 의미와 방향을 맥락을 살려 전달하고 싶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