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기억이 역사를 만든다

입력 2019-05-09 00:10

한 나라의 지난 경험이 ‘역사’이듯 한 사람의 지난 시간들은 ‘기억’이 됩니다. 내 삶에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외롭지 않을 겁니다. 내 삶에 잊지 못할 큰 사랑을 받은 기억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랑의 힘이 됩니다. 어린 시절 아빠가 해주셨던 칭찬 한마디가 힘겨운 삶을 지탱하는 용기가 되고, 엄마에게 해주셨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그릇은 몸이 지치고 힘들 때 먹고 싶은 보약 한 첩처럼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인생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기억’일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기억을 빼앗는다면 그 사람의 전부를 빼앗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기억하는가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줍니다. 좋은 것을 기억하면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 되고, 아프고 힘들었던 일만 기억하면, 그 사람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사람이 됩니다. 한 사람의 기억도 그러하듯, 한 가정, 한 공동체가 무엇을 기억하는가는 그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말해줍니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후 자신들의 만행을 기억하기 위해 수용소를 ‘전쟁 박물관’으로 만들어 후대들이 이런 만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교육합니다. 반면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를 만들어 그들이 행한 일들에 감사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란 사실은 같지만 서로 다른 기억을 공유하며 후대들을 교육합니다.

본문은 가나안땅이 보이는 모압평지에서 모세가 출애굽 2세대들을 향해 교육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은 부모세대들이 광야에서 죽어가는 아픔을 기억하는 세대들입니다. 하지만 모세는 이들이 아픔에 대한 기억보다 더 중요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본문 11절을 보면 먼저 기억은 ‘잊어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명령과 법도, 규례를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말씀을 잊지 않는 것이고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일예배 후에 돌아서서 말씀을 잊고 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말씀과 무관하게 사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내 평생에 잊지 못한 성경 한 구절이 있습니까. 부모님이 들려주셨던 성경말씀을 기억하는 자녀들은 평생 어긋난 길로 가지 않습니다. 자녀들과 매일 매일 함께 말씀을 읽고 말씀을 나누십시오. 부모들이 평생 자녀들과 함께할 수 없지만 자녀들의 삶에 부모가 들려준 말씀은 남아서 자녀의 삶을 이끌어 가게 됩니다.

본문 18절에 보면 ‘여호와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임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2세대들이 가나안에 살면서 풍성함을 누리게 될 때 하나님의 은혜를 잊게 될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후대들에게 지금 내가 가진 재물 건강 시간 재능 지식 힘 모두는 내 노력과 힘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에 대해 말합니다. 은혜는 ‘받은 것에 대한 기억’입니다. 더 나아가 은혜에 대한 기억은 ‘감사’가 됩니다. 그래서 부모의 은혜를 기억하는 자녀는 감사할 줄 압니다. 그리고 감사할 줄 아는 자녀들은 ‘효’를 아는 자녀가 됩니다.

좋은 신앙인은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나는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국가도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기념일’을 지정해 모든 국민이 동일한 기억을 공유합니다. 그것은 지난 역사에 대한 기억이지만 더 나아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방향이 됩니다. 믿음의 사람, 믿음의 가정, 믿음의 공동체는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풍성히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민홍 화성 그교회 목사

◇경기도 화성의 그교회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믿음의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신앙 안에서 참된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성도수를 300명 이하로 제한하며 이를 초과할 경우 ‘분립’을 통해 공동체성을 유지합니다. 성도들은 깊이 있게 삶과 신앙을 나누며 부모와 자녀세대들 안에서도 신앙이 대물림됩니다. 또 다음세대 교육을 위해 ‘기독교적 세계관(World-view)’과 성경으로 배우는 ‘성품(Biblical Character)’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