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교회들과 힘 모아 생명 살리는 ‘착한 교회’

입력 2019-05-09 00:01
도림감리교회 교인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의 교회 본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림감리교회 제공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도신로 도림감리교회에 도착해 장진원 담임목사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교회 1층 카페에 들어갔다. 출입문은 평상시 열려 있고 닫혀있더라도 카페 문에 적힌 전화번호로 문의하면 안내해 준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동네 사랑방인 셈이다.

실내등을 켜고 자리에 앉자 장 목사가 카페에 도착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교회와 지역 사이에 담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가림막을 없애는 것이 소통의 출발점이라는 게 장 목사의 소신이었다. 이런 목표에 따라 교회는 지역사회와 교회들까지 섬기고 있다. 자살 예방과 유가족 치유 사역도 교회의 관심사다.

교회가 주도하는 ‘영등포 마을교회 커뮤니티’가 눈에 띈다. 관련 홍보 전단 첫 면에는 반경 2㎞ 안에 있는 교회 위치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영등포 마을교회 커뮤니티는 가까이 있는 미자립교회들의 장점을 모아 지역사회를 섬기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미자립교회는 1년 예산이 3500만원 미만인 교회들을 말한다. 여기엔 미자립교회 4곳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에는 바리스타 교육부터 신학자와 함께 하는 ‘사랑의 윤리학’, 엄마와 자녀가 함께 하는 ‘마음 미소 힐링’, ‘토요문화교실’ 등이 있다. 대상은 주민들이다. 지역에 다문화 가정이 많다는 점도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프로그램은 각 교회 담임목사들의 전문 분야다.

장 목사는 “교회 주변을 둘러보니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가진 능력을 활용하지 못한 채 낙담해 있었다. 힘을 합쳐 지역을 섬기자고 뜻을 모았다”며 “우리는 미자립교회라는 말을 안 쓴다. 비전교회 라고 부른다”고 했다. 프로그램은 오는 25일 처음 시작한다.

이들 ‘비전교회’는 함께 전도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할 예정이다. 장 목사는 이런 시도가 도시의 작은 교회들이 상생하는 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회들이 네트워크 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규모가 작은 교회들이 큰 교회가 하는 사역을 다 할 수는 없거든요. 각각의 교회들이 지닌 강점이 있습니다. 이를 합쳐 함께 사역하는 길을 찾는 게 목회의 새로운 추세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장진원 목사가 6일 교회 1층 카페 앞에서 생명 살리는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생명을 살리는 교회’는 도림감리교회의 정체성이다. 교회가 입주한 건물에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본부가 있다. 장 목사가 라이프호프(대표 조성돈)와 초창기부터 자살 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자연스럽게 자살자 유가족을 돌보는 일이 교회의 중요한 사역이 됐다.

장 목사는 “라이프호프 사역과 목회를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게 됐다. 유가족들이 라이프호프를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교회에도 출석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의 심리는 몹시 불안하다. 그래서 교인들이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을 교육한다”고 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복음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자살예방 백서(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2016년에만 하루 평균 3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 목사는 구체적인 통계를 들면서 교회가 생명 살리는 일에 소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교회엔 자살자 유가족들을 위한 소그룹인 ‘로뎀나무 공동체’를 별도로 두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 저녁예배는 ‘로뎀나무 마음이음 예배’를 따로 드린다. 주일엔 유가족들만을 위한 성경공부와 상담도 진행한다. 드러내는 걸 꺼리는 유가족들을 위해 식사도 별도의 공간에서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유가족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두는 것은 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장 목사는 “유가족들이 받은 상처가 크다. 자살 고위험군에 속해 있기도 하다. 이분들을 위한 목회가 필요한 이유”라며 “유가족들이 왔는데 ‘야곱의 축복’과 같은 복음성가를 부를 수는 없다. 배려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도림감리교회는 올해로 개척 4년째다. 교인 80%는 교회에 처음 나온 이들이다. 개척 전 3개월 동안 지역조사를 한 것도 교회 문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장 목사는 사역 방향을 정하기 위해 주민과 인근 교회 목회자까지 만났다.

‘좋은 크리스천, 선한 이웃으로 성장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착한 교회’가 이 교회의 표어다. 장 목사에게 착한 교회가 돼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목회는 목사 개인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하는 일”이라며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역사 속에서 사용될 뿐”이라고 밝혔다. 교인들이 선한 신앙인으로 바르게 성장하는 게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다.

“우리교회는 작지만 알찬 교회입니다. 상처받고 상심하신 분들, 모두 오세요. 언제나 웰컴입니다.” 장 목사는 팔을 크게 벌리며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