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다수를 발사한 지 나흘째인 7일까지 군 당국은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스스로 신형 전술유도무기라며 발사 사진까지 공개한 발사체 분석이 늦어지면서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비핵화 협상 여건을 만들려고 분석 결과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거나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입힌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군은 지난 4일 오전 9시6분부터 10시55분까지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발사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240㎜와 300㎜ 방사포 등 다수의 단거리 발사체를 포착했다”며 “수발의 단거리 발사체는 고도 20~60㎞로 70~240㎞를 비행한 것으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국방부 보고를 받은 뒤 “북한은 10~20발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도발 의도라기보다 화력타격훈련이었다. 단거리 미사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내용을 전했다. 이후 안 위원장은 “미사일이 전혀 아니라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정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화력타격훈련 의도라는 평가도 안 위원장 개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신형 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부를 확인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발사체 중 정점 고도 60여㎞로 240여㎞를 날아간 발사체가 신형 전술유도무기로 추정된다. 이 발사체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기에는 비행 고도가 낮았으며, 사거리도 짧았다. 사거리 300㎞의 북한 탄도미사일 스커드-B의 경우 정점 고도는 80~90㎞다.
그렇다고 해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50㎞”라며 정점 고도만을 근거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고도 60㎞를 나타낸 발사체는 이스칸데르를 개량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합참 측은 “한·미 정보 당국은 세부 탄종과 제원을 공동으로 정밀 분석 중”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 결과가 오래 걸리는 데 의구심을 품고 있다. 북한이 처음 쏜 신형 무기라고 해도 맑은 날씨에 특별한 은폐 작전 없이 날린 발사체 분석을 하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우리 군은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 움직임을 식별한 상태였다. 이미 한·미 정보 당국이 추적 감시를 하고 있던 데다 북한 스스로 발사 장면을 공개했기 때문에 분석 결과가 벌써 나왔어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이번에 발사된 신형 무기는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로 확인될 경우 우리 군 방어체계로는 요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낮은 고도로 날아가다 타깃 인근에서 정점 고도를 찍은 뒤 목표물에 내리꽂힌다.
국방부는 이번 발사에 대해 “9·19 군사합의에 명확히 금지조항으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면서도 북한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최현수 대변인은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는 9·19 군사합의 취지에는 어긋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