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논의 대비하는 검찰… 대국민 여론전 나선 경찰

입력 2019-05-08 04:05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공개 반발하며 해외 출장 중 조기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첫 출근길에 반발 의사를 표시하는 대신 국회 논의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경찰 권력 견제 장치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잃을 것이 없다’며 공식 대응을 자제해왔던 경찰도 내부 구성원의 개별 의견을 내세운 대국민 여론전에 나섰다.

대검 관계자는 7일 “고검장급 고위 간부가 전면에 나서서 힘겨루기하는 식의 과거 방식으로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검찰 힘을 빼야겠다는 반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 반발보다는 ‘국민 기본권’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회 논의에 적극 대응하는 게 ‘밥 그릇’ 싸움이라는 여론도 불식시키고 실리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총장이 공개 반발하면서 국회 논의의 불씨를 살렸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의 시작이라는 인식도 높다. 일선 수사 검사들이 현재 수사권 조정안의 실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재개할 움직임도 있다. 앞서 의정부지검 10년차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실제 사기사건 발생 시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일을 ‘Q&A형식’으로 설명한 글을 올린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다만 일각에선 국회 논의에만 기댈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수사권 조정안 논의 과정에 검찰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국회에서 검찰의 의견서를 내라고 한다는데, 그동안 검찰이 입장을 내지 않았겠느냐”면서 “여당은 듣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야당을 찾아 설명하면 여당을 패싱했다고 뭐라했던 게 국회 아니냐”고 꼬집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금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에 따르더라도 검찰의 막강한 권한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며 “검찰은 여전히 직접 수사권능과 수사인력을 보유하고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며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아무에게도 통제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기소기관이다 보니 기소권으로도 통제받지 않으며 오히려 수사권과 기소권의 결합으로 통제불능의 괴물이 된다”고도 했다. 이어 “경찰이 가진 수사권은 검찰의 기소권 하나로 완벽하게 무력화될 수 있다”며 “울산경찰이 심혈을 기울였던 토착비리 수사결과를 검찰이 기소권 하나로 간단히 뒤집어 버린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3건 중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변호사법 위반)과 비서실장(직권 남용 등) 관련 사안에 대해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은 6·13 지방선거 전부터 김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를 수사했다. 황 청장은 경찰비대화론에 대한 날선 비판도 이어가며 “경찰국가 운운하는 것은 수사구조의 글로벌스탠다드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주장이 아니면 그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개혁 발목잡기”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정치권의 고소·고발 사건이 이날까지 14건이고 164명에 대해 접수됐다”며 “14건 모두 공안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164명 중 97명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25명, 자유한국당 62명, 바른미래당 7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이다.

안대용 이사야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