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징용 배상’ 보복 바람직하지 않아”

입력 2019-05-07 19:15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AP뉴시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경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그런 상황은 양국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따른 자산 매각 등 후속 절차는 어디까지나 개인 간 소송 문제여서 정부가 개입하거나 입장을 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7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을 가정할 단계는 아니다”며 “정부가 판단하는 게 가능하지 않지만 어쨌든 바람직하지 않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5일 “한국 정부의 대응이 일본 기업에 실제 손해를 발생시키는 상황이 되면 신속히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배상 명령을 받은 일본 기업들의 한국 내 주식에 대한 매각을 신청하자 이같이 반응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주식 매각 절차가 완료돼 일본 기업에 실제 손해가 발생하는 시점을 대항조치 발동 시점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자산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입장을 내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정부 주도로 이뤄져 피해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정부 대응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발표했었다.

일본에 새로 부임하는 남관표 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일 간 과거사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일본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고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및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좋은 관계를 세팅할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석배 신임 주러시아대사는 “북한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러시아와 협조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는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도 현 단계에서는 남북 관계 진전이 중요하고 북·미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며 한·러 간 전략적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