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찾은 이스라엘 레호보트의 와이즈만연구소. 연면적 1.1㎢ 규모지만 프랑스 파스퇴르, 독일 막스플랑크 등과 함께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로 꼽히는 곳이다. 기초과학만을 연구하는 이곳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액은 연간 39조원에 달한다.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기술을 이전하고 상용화를 통해 수익을 거둬들이는 방식이다.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20%에 불과하다. 기초과학 연구도 충분히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소인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와이즈만연구소를 찾아 모데카이 셰베스 연구소 부총장,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과 만나 ‘서울 예다 요즈마 연구개발(R&D)센터’ 설립을 검토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예다는 와이즈만의 기술이전을 전담하는 지주회사다. 센터가 설립되면 와이즈만의 아시아 최초 R&D센터가 될 전망이다. 이번 MOU는 셰베스 부총장과 에를리히 회장이 홍릉바이오허브를 둘러보고 기초과학 우수인력이 밀집한 서울의 기초과학 인프라를 인상 깊게 보고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즈만연구소는 이스라엘 경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국토의 60%가량이 사막인 이스라엘은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여서 안보산업이나 정보통신기술(ICT), 기초과학을 통한 산업이 발달해 있다. 주로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신약을 개발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지출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에 속한다. 셰베스 부총장은 “우리의 목표는 기초과학 부분을 발전시키는 것인데, 기초과학은 국가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과학적 사실을 통해 사회에 유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투자회사인 요즈마그룹은 R&D 연구센터 기술이전으로 상용화에 나서는 스타트업의 펀딩을 담당하게 된다.
와이즈만연구소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서울시에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연구소는 대기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과 함께 석탄 등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아황산가스를 제거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아황산가스에서 순수 황 성분을 회수해 연료로 사용하고 초미세먼지(PM2.5) 발생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전국적으로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한국에서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순방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들이 기술이전을 받아서 창업한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며 “와이즈만연구소와 함께 서울의 강점과 연구소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레호보트=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