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약 11만 가구 규모의 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이라는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의 큰 그림을 완성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다음 달 말’이라는 시장 예상을 깨고 한 달 이상 당겨졌다. 표면적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졌다는 게 이유다. 다만 이면에는 전격적으로 ‘공급 쐐기’를 박겠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 신도시 조성 예상지역의 투기수요를 부추겨 수도권 집값을 요동치게 만드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게 1차 목적이다. 모처럼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는데, 최근 서울의 일부 지역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자 미리 ‘불씨 끄기’를 한 것도 있다. 발 빠르게 대규모 주택공급 계획을 밝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장기적 흐름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국토교통부가 7일 내놓은 ‘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은 수도권에 30만 가구를 짓는 정부 공급계획의 마지막 단추다. 국토부는 2022년 이후 수도권 주택 공급부족을 예상하고 지난해부터 3기 신도시 조성을 뼈대로 하는 선제 대응을 해왔다. 지난해 9월 3만5000가구 규모의 1차 입지(총 17곳), 같은해 12월 15만5000가구 규모의 2차 입지(총 41곳)를 발표했었다. 나머지 약 11만 가구(3차 입지)는 올해 상반기 안에 공개할 예정이었다. 구체적 발표시기는 미정이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말에나 나온다고 관측했다. 때문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자 정부가 ‘전격작전’을 펼쳤다. 예고도 없이 고양시 창릉동(813만㎡·3만8000가구), 부천시 대장동(343만㎡·2만 가구) 등에 중·소규모 택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말에 2차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자체와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져 빨리 발표하게 됐다. 보안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서두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집값 반등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최근 서울 집값이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대규모 공급으로 대응한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5일부터 28주 연속 하락하던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가격 주간 변동률은 지난달 29일 0%의 보합세로 돌아섰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부동산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흐름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양질의 주택이 공급된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면 시장 안정세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중·소규모 택지에서 2020년부터 분양이 이뤄진다. 3기 신도시는 2021년 지구계획을 마련한 뒤 2022년부터 입주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투기방지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이날 신규택지 5곳(고양 창릉·부천 대장·안산 장상·안산 신길2·수원 당수2)과 기존택지 1곳(성남 금토)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면적 이상 토지를 거래할 때 반드시 해당 지자체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개발 예정지와 인근 지역의 집값, 토지거래량을 실시간 감시할 방침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