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고 있는 남모(38)씨는 최근 이사한 뒤 집들이 손님들에게 호텔 ‘투고(To-Go) 도시락’을 내놓기로 했다. 남씨는 “직접 만드는 건 자신 없고, 중국집 배달음식은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아 호텔 도시락을 하기로 했다”며 “맛이 보장되고 홈파티 느낌도 줄 수 있어서 요즘 많이들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호텔 투고 도시락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맞춰 호텔들도 셰프들이 만들고 구성한 투고 도시락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각과 미각을 충족시켜주고 가격 부담도 크지 않은 호텔 투고 도시락이 나들이, 회사 워크숍, 홈파티, 집들이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 앤드 레지던스는 30여 가지 메뉴 중 5가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고메 박스’(사진)를 내놨다.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5가지를 골라 예약한 뒤 호텔에서 가져가거나 일정 요금을 내면 배송도 받을 수 있다.
도시락 모양새도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은 구절판에 담아낸 ‘그랜드 구절판 도시락’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손잡이가 달린 바구니에 도시락을 담아 소풍 분위기를 한껏 낼 수 있는 ‘피크닉 세트’를 출시했다.
가족 단위로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아이 메뉴를 앞세운 투고 도시락도 나왔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핫도그 미니버거 스파게티 마카롱 등으로 구성된 ‘투고 파티-키즈’ 메뉴를 내놨다.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도 반영됐다. 글래드 호텔 앤드 리조트의 글래드 여의도와 글래드 마포에서는 3시간 전에만 예약해도 ‘그리츠 피크닉 세트’를 이용할 수 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등도 다양한 메뉴의 투고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이 좋아 호텔마다 투고 관련 상품을 늘리는 추세”라며 “판매량도 늘고 있고 대중적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