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등 86.9% “문재인정부 믿었는데… 노동정책 실망”

입력 2019-05-07 20:03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 관계자들이 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비정규직 1000명 설문조사 결과 및 5.11 비정규직 대행진 계획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정부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당사자인 비정규직 대부분이 ‘실망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선 전 공약으로 기대치를 높였지만 현실적 장벽으로 인해 결과물 도출이 미흡했다는 의미다.

직장갑질119는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지난달 26일부터 5일간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명 등 12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6.9%가 불만을 표시했다고 7일 밝혔다.

‘문재인정부 3년차 노동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45.4%가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41.5%는 ‘잘못하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잘하고 있는 편’이라는 응답은 11.5%였고, ‘매우 잘하고 있다’는 1.6%뿐이었다. 반면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가 어땠느냐’는 질문에는 ‘기대가 큰 편이었다’가 20.6%, ‘기대가 매우 컸다’ 69.6%였다.

응답자 대부분이 ‘기대를 했으나 실망하고 있다’는 의사를 뚜렷히 표시한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이 비정규직 노동자 현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고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조사에는 직장갑질119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참여 노동자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참여했다. 파견·용역직 571명, 계약직·일용직 291명, 특수형태근로자 207명과 정규직 174명, 기타 1명이 응답했다.

직장갑질119가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기자회견에서도 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표출됐다.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컸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약속된 정규직 전환이 늦어지면서 용역회사들이 2~3개월 쪼개기 계약을 2년째 이어가고 있다”며 “비정규직들은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응도 차가웠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최저임금은 상당히 올랐지만 노동자들의 상여금이 사라졌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삶의 질 개선을 기대했지만 바로 탄력근로제 논의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세밀한 정책 조정을 주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은 정규직화를 꿈꿨지만 대부분 무기계약직인 ‘중규직’이 됐다”며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책임질 수 없는 선언이 나오면서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명주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정규·비정규직 문제의 구조가 단순하지 않은 만큼 시간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고통분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