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공룡들, 신사업·체질 개선으로 성장동력 찾는다

입력 2019-05-08 04:05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달 30일 개발자회의 F8에서 페이스북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페이스북 제공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매키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대회 F8에서 메신저 중심으로 서비스 개편을 선언했다. 페이스북은 완전히 새로운 메신저 서비스를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기반의 결제시스템 사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변신에 나선 것은 기존 사업으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1분기 월 활동 이용자 수와 매출이 각각 8%와 26% 증가할 정도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페이스북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큰 문제라는 것을 직감하고 ‘프라이버시’를 전면에 내세우며 변신을 선언한 것이다.

서비스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선언한 애플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아이폰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을 독점하다시피 한 애플이지만 최근 1~2년 사이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해졌다. 애플은 올 3월 자체 제작 TV 드라마를 포함한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형 게임 서비스 등을 공개했다.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반면, 서비스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중심 이동이 서서히 이뤄지는 모습이다. 팀 쿡 애플 CEO는 6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은 기술 테크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분명히 애플을 소비자 기업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무게중심을 서비스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WSJ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도 IT 공룡들의 독점 문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어서 신사업 진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WSJ는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IT 공룡들은 그동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왔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자율주행차, 로봇, 열기구 풍선을 통한 인터넷 연결 등의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수익구조를 만드는 데 실패해 사업을 매각하거나 접었다. 체질 개선을 통해 부활에 성공한 사례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정도다. 과거 윈도 운영체제, 오피스 그리고 하드웨어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MS는 사티아 나델라 CEO 취임 이후 ‘클라우드 퍼스트’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고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하는 등 화려하게 부활했다.

벤처 투자업체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 공동 창업자 피터 배럿은 “사업 모델 변경은 IT 공룡들의 독점 상황을 뒤흔들 수 있다”면서 “전환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곳은 자신의 영향력이 침식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WSJ는 전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